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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역대 가장 이른 최고등급 허리케인' 카리브해 휩쓸어 최소 1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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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대서양에서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최고 등급으로 발달한 허리케인 베릴이 카리브해를 휩쓸며 최소 10명이 숨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 지역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해수 온도와 지난달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종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메이카 기상청에 따르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1시 기준 이날 자메이카 남부 해안을 훑고 지나간 허리케인 베릴이 자메이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이틀 전 내린 허리케인 경보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폭우로 인한 홍수 위험이 있다며 돌발 홍수 주의보는 4일 오전 5시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베릴로 인해 자메이카에 이날 하루만 100~200mm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베릴은 자메이카를 떠날 때까지 최대 지속 풍속 시속 215km의 강풍을 동반한 4등급 허리케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날 자메이카에서 최소 1명이 사망하며 베릴로 인한 카리브해 지역 총 사망자 수는 최소 10명으로 늘었다. 3일 <로이터> 통신은 자메이카 재난국 국장 대행 리처드 톰슨이 북서부 하노버 지역에서 나무가 쓰러지며 집을 덮쳐 한 여성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저녁까지 거의 1천 명의 자메이카인이 대피 중이라고 덧붙였다.

홍수와 강풍으로 두절됐던 통신이 복구되기 시작하며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통신은 최근 며칠간 베릴이 휩쓸고 지나간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서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고 그레나다에선 3명, 베네수엘라에서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유니온섬에선 건물 90% 이상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그레나다에서도 전력이 끊기고 건물이 파괴되는 "아마겟돈과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최소 400채의 주택이 무너지는 등 주택 8000채 이상이 손상을 입은 베네수엘라에선 2일 피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나무가 쓰러지며 부상을 입기도 했다.

4등급 허리케인 영향 아래선 대부분의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전봇대가 쓰러지며 주택의 지붕 대부분, 외벽 일부가 손실될 수 있다. 5등급 허리케인의 경우 주택의 지붕이 완전히 파손되고 벽이 무너지는 수준의 피해를 입는다. 때문에 4등급 이상의 허리케인 영향권에 들 경우 정전이 몇 달간 지속될 수 있고 피해 지역에서 몇 달간 거주가 불가능할 수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가 자메이카에서 이동한 베릴이 케이맨 제도를 거쳐 5일 오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멕시코엔 비상이 걸렸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 재난 당국이 베릴이 4~5일 사이 유카탄 반도 동부 킨타나로오주를 치고 지나간 뒤 7~8일 동부 베라크루즈 혹은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에 다시 진입해 연달아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킨타나로오 전역에 120곳의 비상 대피소가 마련됐고 2500명의 군인, 2200명의 전기 기술자가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생성된 베릴은 발생 42시간 만에 열대 저기압에서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뒤 지난달 30일 4등급 허리케인으로 강화돼 6월에 나타난 첫 대서양 허리케인이 됐다. 그 뒤 지난 1일 곧바로 5등급(최대 지속 풍속 시속 252km 이상)으로 강화되며 가장 이른 시기에 5등급에 도달한 대서양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최대 풍속은 한때 시속 270km에 달했다. 베릴은 이후 자메이카 인근에 도달할 땐 다시 4등급으로 약화됐다.

이전에 가장 이른 시기에 나타난 5등급 대서양 허리케인은 2005년 허리케인 에밀리(7월16일), 4등급은 허리케인 데니스(7월8일)다. 7월에 5등급 대서양 허리케인이 발생한 것은 베릴을 포함해 지금까지 단 두 번 뿐이다.

베릴은 열대 저기압에서 허리케인으로 변화하는 속도도 6월 기준으로 전례 없이 빨랐다. 허리케인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강화되면 그만큼 대비 시간이 짧아져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른 시기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나타난 이유로 허리케인의 연료가 되는 이 지역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것이 꼽힌다. 이 지역에서 통상 강한 허리케인은 여름 동안 열을 흡수해 바닷물이 충분히 뜨거워진 8~9월에 몰린다. 2일 세계기상기구(WMO)는 베릴의 이른 5등급 발달을 우려하며 카리브해 지역 해수면 온도가 올해 5월까지 14달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지역 바닷물의 열 함량이 이미 통상적인 해의 9월 중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구는 베릴을 시작으로 "대서양, 카리브해, 중미 지역의 특별히 위험하고 활발한 허리케인 시즌"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리케인의 급격한 발달이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영국 BBC 방송은 미 로완대 환경과학 교수 앤드라 가너가 "베릴과 같은 현상은 전례가 없지만 사실 더 온난해지는 기후에서 우리가 예측하는 극단적 상황들과 매우 일치한다"며 "우리가 지구를 온난하게 만들면서 허리케인 베릴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대서양 허리케인을 억제하는 엘니뇨 현상이 지난달 종료된 것도 허리케인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엘니뇨로 인해 대서양 상공에 나타나는 급격한 수직 풍속 변화는 이 지역에서 발달 중인 허리케인을 없애거나 형성 자체를 막기도 한다.

지난 5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6월1일~11월30일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평년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기관은 이번 시즌에 대서양에서 17~25개의 폭풍이 발생해 이 중 8~13개가 허리케인으로 변화하고 이 가운데 4~7개가 3~5등급의 강한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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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대서양 허리케인 베릴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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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베네수엘라 쿠마나코아 해안 지대에서 한 사람이 부서진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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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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