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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손아카데미 부모들 "아이들 행복" vs 시민단체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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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일어난 아동학대 혐의 사건과 관련해 옹호적인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사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 아카데미 학부모들도 직접 나서 “한 번도 체벌이라는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 측은 “본질은 폭력이다.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카데미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동행한 일부 학부모들과 아이들도 체벌이 있었다는 그날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무언가 분위기를 바꿀 터닝포인트는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의 일에 대해 누구도 별다르다거나 특이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아이들조차 별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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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손웅정 감독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여 팬싸인회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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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부모들이 손 감독을 떠받들고 있다거나 체벌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직접 일을 겪은 당사자들은 정작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일을 바깥사람들이 각자의 잣대만을 들이밀어 아카데미 안에서 마치 큰 범죄가 일어난 것처럼 아카데미 구성원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오히려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 이를 멈춰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아울러 “여태 운동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은 시민단체라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을 감독님을 폭력적이라며 비판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스포츠윤리센터는 아카데미를 들쑤시겠다며 예고하고 있다”며 “정작 이곳 아이들은 행복하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이고 수사인가”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손 감독과 손흥민의 형인 손흥윤 수석코치 등 수사∙사법 기관에 피의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구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토론회를 열고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지탄했다. 문화연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스페이스엠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토론회에서 “합의금은 부차적 문제고 본질과 시작은 폭력”이라며 “피해 아동 부모 측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쪽이 감당할 문제고, 중요한 건 손 감독과 코치진이 아이들 상대로 지속적, 조직적,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춘천지검은 전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손 감독과 손 수석코치, A 코치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손 감독 등은 아동 B군을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아카데미 측은 합의 조건으로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제보 금지, 축구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 등 세 가지를 제시했으나,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합의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를 질타하는 여론도 생겼다.

B군 측은 지난 3월 19일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9일 손 수석코치가 B군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며 손 감독 등을 고소했다. 고소인 측이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당시 경기에서 진 B군 팀 선수들은 패배했다는 이유로 손 수석코치로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B군을 비롯한 4명이 제시간에 들어오지 못하자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손 감독으로부터도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이었던 지난 3월 7∼12일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것을 포함해 경기는 물론 기본기 훈련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욕을 들었다는 내용이 진술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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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손축구아카데미 스포츠 폭력 사건을 통해 돌아본 아동·청소년 스포츠 인권의 현 주소'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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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학부모들의 입장문에 대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고 우려했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분명히 어떤 행위가 있었고, 학부모님들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를 두둔하는 행동이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런 입장문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총장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계속해야 하는데 일상이 침범되고, 여기서 계속 훈련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시는건데 일종의 가해 행위”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지도하고, 일상을 유지할 책임 역시 아카데미 측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 감독은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며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고소인의 주장과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행동이 없었다고 하는데, ‘사랑해서 때렸다’는 게 말이 되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며 “유럽이나 미국이라면 당장 스포츠계에서 퇴출당하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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