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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의사 집단행동 방지법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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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92개 환자단체들 거리 호소

92개 환자 단체는 4일 의료 파행과 관련해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계를 향해 집단 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환자 단체가 주최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대회’에는 환자·보호자 등 약 300명이 모였다. 이들은 “기어코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만든 정부와 전공의, 의대 교수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하은 엄마’ 김정애(68)씨도 이날 발언대에 올랐다. 김씨는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로 사지 기형·지적 장애 등을 가진 박하은(23)씨를 2001년 입양해 키워왔다. 김씨는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환자들 생명이 볼모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고, 그냥 아플 때 아무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라고 했다.

환자 단체는 앞으로 의사들이 집단 행동을 하더라도 필수 의료만큼은 정상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재발방지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안기종(54)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2020년 전공의 집단 행동 때도 환자 피해가 심각해 환자 단체들이 국회를 찾아 재발방지법 발의를 요청했는데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폐기됐다”며 “21대 국회가 외면한 재발방지법을 22대 국회가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부분 휴진에 들어간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부산에서 온 김모(71)씨는 “지난해 5월 심장 판막 수술을 받고 1년에 3번 진료를 받으러 오는데, 오늘 진료가 미뤄질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서 온 강모(71)씨도 “지난 1월 간 이식을 받고 경과를 보러 매달 병원에 오는데 아직 진료가 미뤄진 적은 없지만 걱정된다”고 했다. 휴진을 주도한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외래·수술이 일주일 전보다 각각 17%·29% 줄 것이라 밝혔지만, 병원 측은 “진료 감소 폭이 미미한 수준이라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비대위는 경증·중등증(경증과 중증의 중간) 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 안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그러면 중등증 환자들은 의대 갈등으로 피해를 입어도 되나”라고 했다.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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