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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시론]검사 탄핵과 권력의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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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기도 탄핵, 저기도 탄핵이다. 검사도 탄핵, 방통위원장도 탄핵이다. 판사 탄핵, 대통령 탄핵 얘기도 솔솔 나온다. 전에는 엄중하게 들리던 ‘탄핵’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일상화됐다. 이제 ‘상대의 악마화’는 한국 정치의 상수다. 내가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깎아내리는 정치에 집중한다. 그렇다 보니 ‘이 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 당이 싫어서’ ‘이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 사람이 싫어서’가 선택의 제1 기준이 됐다. ‘타협과 협치’는 교과서에나 있는 말이 됐다. ‘타협’을 말하는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한동안 여야의 강대강 대결이 한국 정치를 지배할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돌아가는 정치 행태를 보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것도 정치의 변화라면 변화다.

그러고 보면 정치의 양극화, 극단의 정치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이민,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과 결합한 극우 정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22년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선출된 것이나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압승한 것, 지난달 30일 프랑스 총선에서 국민연합이 1당이 된 것 등이 그렇다. 올 11월에는 미국 대선도 있다. 재임 중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했던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는 자국이기주의, 극단의 흐름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극우의 발호는 극좌의 부흥을 예고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검사까지 가고 있는 ‘탄핵’ 흐름은 정도가 심해 보인다. ‘탄핵’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 하는 최후의 정치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힘자랑을 하는 끝없는 ‘탄핵의 악순환’에 들어갈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진다. 돌고 도는 게 세상이기에 여야 상황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때마다 탄핵이 반복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나라가 혼란스럽고 중심이 잡히지 않을 때 힘들어지는 것은 강자가 아닌 약자들이다.

물론 ‘탄핵’ 할 수 있다. 법에 있는 제도이니 사유에 맞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요건에 맞는지 신중하게 따져보는 게 먼저다. 헌법 65조 1항에는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선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또 ‘의결해야 한다’가 아니라 ‘의결할 수 있다’이다. 즉,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더라도 그것이 탄핵할 정도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 정신이 탄핵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정말 예외적인 경우여야 하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탄핵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4명의 검사를 향해 탄핵소추 칼을 빼 들었다. 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 사건 등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진술 회유 의혹’ ‘사적 거래 의혹’ 등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의혹’이나 진위를 다투는 쟁점들이 탄핵 근거가 됐다. ‘중대한 법 위반’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 민주당은 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힘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 휘두르는 게 아니라 절제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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