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영국 국민은 '정권교체' 택했다" 총선서 노동당 과반 압승(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제1야당 당수였던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총리에 취임하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 등이 이날 밤 10시 투표 마감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전체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의회 단독 절반을 넘어선 규모로, 다른 당 의석수를 합한 것보다 170석 많다. 과거 노동당의 압승으로 토니 블레어가 총리로 올라섰던 1997년 총선(418석)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타머 대표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X) 계정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모든 분께, 우리에게 투표하고 변화한 노동당을 믿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호튼앤 선덜랜드 남부 선거구에서 노동당의 첫 승리를 확정지은 브리지트 필립슨 교육부 장관은 "14년 만에 영국 국민이 변화를 택했다. 노동당을, 스타머의 리더십을 택했다"며 "우리나라가 더 밝은 미래를 선택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반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31석에 그치며 정권을 내주게 됐다. 1834년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2019년 총선 당시 365석과 비교해도 의석수가 대폭 줄었다. 이번 총선에서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현 내각 장관 일부도 의석을 잃을 것이 확실시된다. 출구조사팀을 이끈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는 "보수당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득표율과 의석수 모두 역사상 최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수당 소속 정치인인 제이콥 리스-모그는 "확실히 끔찍한 밤"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압승과 보수당의 참패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총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지난 6주 내내 노동당의 득표율 전망이 집권 보수당을 20%포인트 안팎 웃돌았기 때문이다. 일간 가디언은 "출구조사는 노동당의 압승을 예고했다"면서 "여론조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재정 긴축, 브렉시트 분열, 스캔들로 점철된 14년간의 보수당 통치가 끝날 것"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급증 등을 둘러싼 영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정권교체 열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이밖에 자유민주당은 61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10석, 극우 영국개혁당은 13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주요 외신들은 총선 최대 승자로 노동당과 함께 영국개혁당을 꼽고 있다. 브렉시트당을 전신으로 하는 영국개혁당은 예상을 웃도는 13석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의회 자력 입성에 성공할 전망이다. 그간 7차례나 의회 입성에 실패했던 나이절 패러지 대표는 "전국적으로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보수당에 이은 패배자는 SNP다. SNP의 의석수는 재정 스캔들 등의 여파로 기존 48석에서 10석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SNP는 스코틀랜드 다수당 자리도 노동당에 내줬다.

노동당의 압승이 일찌감치 예상돼온 만큼 현재 시장에서는 큰 반응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거의 변동 없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출구조사에 놀라지 않은 그룹 중 하나는 트레이더"라며 "노동당의 과반이 예상돼온데다, 이 상황이 금융시장 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과 달리 노동당 집권 하에서 재정지출이 소폭 늘어나는 것이 영국 증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롭 우드 수석경제학자는 "노동당이 과반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정책 방향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성장과 사회정의를 함께 외쳐온 스타머 대표가 "더 많은 기업 투자를 끌어들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