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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기자수첩] 익숙한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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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아리셀 화재의 피해를 키운 불법파견과 관련해서 자료를 찾아볼 때였다. 대부분의 기사와 데이터는 2017년경을 기점으로 끊겨 있었다. 최신 자료를 받아보고 싶었지만 노동조합과 각종 연구소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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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방보경 기자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도 지난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8000여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했고, 추후 파견 근로감독을 통해 근로자 2624명에게 직접고용 조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는 경기 안산과 시흥 지역의 파견근로자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고, 그 이후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올해 6월 위험물을 다루는 화성의 공장에서 사고가 터져 불법파견된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을 거뒀다. 이후 언론에 얼굴을 비춘 안산 등지의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회사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은 뿌리뽑히지 않았다. 한 취재원은 "이런 사고가 생기면 잠깐 관심을 가지다가 나중에 다른 이슈로 넘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이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분명 있다. 2016년 고용노동부에서도 '조치 결과 안산 시흥지역에 난립한 영세 파견업체 수가 상당수 감소했고, 일시적 사유에 의한 파견근로자 수도 대폭 줄어들었다'며 효과를 확인했다.

문제는 지속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불법파견은 오래된 문제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소송은 현대차 하청업체에 근무하던 최병승 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한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최근 불법파견 움직임이 없는 것은, 몇십년 동안 목소리를 냈어도 바뀌는 것이 없으니 동력이 점차 사그라든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죽고 다치는 문제에는 누구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화재가 커져 사람들이 죽고 다친 일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슬퍼하고 국회와 정부에서 하나같이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이유다.

정작 원인을 제거하는 일에서 한없이 무뎌진다면 우리는 또다시 익숙지 않은 풍경을 목도해야 한다. 분노하는 시민들과 슬퍼하는 유족들의 모습을.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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