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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불황형 특수]①패션 비수기 창고 대방출…쌈짓돈 2000억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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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80% 할인한 무진장 여름 불프

2000억원 매출고…작년대비 45%↑

'불황형 소비' 확산…패션플랫폼 할인전

국내 패션 전문몰인 버티컬커머스 업계가 비수기인 지난달 실적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플랫폼들이 대규모 할인전에 나선데 따른 것인데,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지난달 23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한 '2024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무진장 여름 블프)'는 4시간 만인 밤 11시 누적 판매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판매액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이달 3일 2040억원의 최종 판매액을 기록하고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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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판매된 제품의 수는 약 590만개에 달한다. 시간당으로 환산했을 때, 1시간마다 2만4000여개의 상품이 팔린 셈이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 진행된 여름 블프의 최종 판매액이 14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6월은 전통적인 '패션 비수기'로 꼽히는 달이다. 가정의 달인 5월 소비가 집중된 탓에 소비자들이 긴축에 나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 고객들의 옷차림이 얇아지는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 시즌 제품은 판매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올해는 지난달부터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패션 업계 미치는 영향도 빨라졌다.

이 때문에 무신사는 비수기에 맞춰 대규모 할인전을 여는 방식을 택했다. 무진장 여름 블프는 여름 시즌 상품에 더해 이월 제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인데, 무신사의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 행사에서도 2700여곳의 입점 브랜드가 동참했다. 이번 행사에서의 총 누적 할인액은 약 1774억원인데, 정가 기준 총 판매액이 2040억원임을 고려하면 이번 할인전에서의 할인율은 약 80%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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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전문몰 지그재그도 지난달 거래액이 증가했다. 지그재그는 지난달 전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그재그의 거래액 상승은 뷰티 카테고리와 당일배송 서비스 등이 이끌었다. 지난달 뷰티 카테고리인 '직잭뷰티'와 당일·새벽 배송 서비스인 '직진배송'의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 증가율은 각각 165%와 74%에 달한다.

지그재그 역시 6월 패션 비수기를 맞아 진행한 할인전과 프로모션의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그재그는 6월 들어 '애슬레저 페스타'와 '서비스 출시 9주년 기념 프로모션' 등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6월 말부터는 '직잭세일 여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특히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직잭세일 여름 블프가 비수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행사 둘째 날인 지난달 25일 지그재그의 전체 거래액이 일주일 전보다 32% 증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는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할인전에서는 4700여곳의 브랜드가 참여해 상품을 최대 95% 할인한다. 여기에 행사 기간 최대 20%의 쿠폰팩과 5% 추가 할인이 가능한 무제한 중복 쿠폰을 제공한다. 직잭세일 여름 블프는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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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패션 전문몰 에이블리도 6월 거래액 성장에 성공했다. 에이블리의 6월 월간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했다. 이 기간 에이블리 앱의 이용자 수도 200만명을 넘겼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6월 일일 활성 사용자수(DAU)는 204만3000여명을 기록했다. 6월 신규 활성 유저 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강화한 점을 거래액 증가의 이유로 분석했다. 에이블리는 올해 '블랙업'과 '퍼빗', 아뜨랑스' 등 인기 쇼핑몰을 에이블리에 새로 입점시켰는데, 입점 직후 높은 거래액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비수기 할인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6~8월 패션 전문몰들의 할인전은 정례화 조짐이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e커머스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 비수기라 여겨지는 시기에 월간 단위 전체 거래액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단순 앱 방문을 넘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비수기 할인전의 흥행은 '불황형 소비'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황형 소비는 고물가나 경기 불황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 위주로 구매하거나 할인 기간에만 지갑을 여는 행태를 뜻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불황이어서 이 같은 비수기 할인전이 흥행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할인전을 맞아 세일하는 상품을 몰아서 사는 '불황형 소비'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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