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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영국 노동당, 총선서 14년 만에 정권 탈환…새 총리 될 스타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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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4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보수당을 집권당에서 밀어내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보면 5일 오전 10시17분 기준 개표 결과 하원의원을 뽑는 전국 650곳 선거구 중 647석의 향방이 가려진 상황에서 노동당이 기존 의석의 2배에 달하는 412석을 확보해 과반(326석)을 훌쩍 넘겼고 보수당은 기존 의석에서 3분의 1로 줄어든 120석 확보에 그쳤다.

뒤이어 중도 자유민주당(LD)이 71석을 확보했다. 이밖에 스코틀랜드 독립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9석을 확보했고 극우 영국개혁당(Reform UK)도 4석을 확보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 차기 총리직을 수행하게 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가 해냈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제 변화가 시작됐다"며 "4년 반 동안 당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국을 복원하고 국가를 섬길 준비가 된 변화된 노동당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대패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오늘밤 영국 국민들이 냉정한 평결을 내렸다"며 "패배에 책임을 진다"고 인정 뒤 국왕 찰스 3세에 사임서를 제출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했다. 이후 국왕이 스타머 대표에게 곧바로 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수순을 밟은 뒤 총리가 즉시 교체된다.

트러스 전 총리 등 거물들도 줄줄이 낙마…보수당 대패 이유는?

보수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2019년 총선 대비 약 250석을 잃었는데, 리즈 트러스 전 총리를 비롯한 거물들도 줄줄이 낙선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영국 남동부 노퍽주 사우스웨스트 노퍽 선거구에서 근소한 표차로 노동당 테리 저미에 의석을 빼앗겼다. 보수당 차기 당대표 후보 중 하나였던 페니 모던트 하원 보수당 원내대표, 그랜트 샵스 국방장관도 노동당에 의석을 내줬다.

수낵 총리는 잉글랜드 북부 노스 요크셔주 리치먼드 및 노스앨러튼 선거구에서 48%를 득표해 의원직 유지에 성공했다. 선거 전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낵 총리가 측근들에게 지역구에서 패할까봐 두렵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도 패배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간신히 의석을 지켰다.

보수당 참패는 예견돼 있었다. 반이민 등 다분히 포퓰리즘적 기조 아래 보수당 정권 아래 치러진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 투표 뒤 2020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지만 이주 노동자 급감은 오히려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고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봉쇄 및 우크라이나 전쟁 뒤 물가 급등으로 인한 생계비 상승이 겹쳐 실망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2022년 10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11.1%에 달했다. 현재는 2%대로 안정된 상태다.

보수당 기조인 공공 지출 축소가 장기화 되며 공공 서비스 또한 축소됐고 특히 공공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지나며 크게 흔들려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곧바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치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민 수는 2023년 기준 800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19년 450만 명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영국 유권자 대상 조사에 따르면 '건강'(44%) 항목은 인플레이션 및 생계비 문제를 포함한 '경제'(50%)의 뒤를 이어 가장 큰 국가적 문제로 꼽혔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수차례 모임을 연 이른바 '파티게이트(Partygate)'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뒤 2022년 7월 퇴임을 결정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자금조달책 없는 감세안을 제시해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며 채 50일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났다.

보수당 지지율이 이미 곤두박질 친 상태에서 총리직을 물려 받은 리시 수낵은 상황을 반전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당시 재임 중이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포함해 보수당이 8년간 내세운 총리만 5명이다.

보수당 지지율은 이미 2021년 말 노동당에 추월 당해 2022년 말부터 20%대 지지율로 고전하며 대체로 40%대 지지율을 유지한 노동당의 절반에 불과했다. 극우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막판에 선거에 뛰어든 것도 보수 분열로 표를 추가로 상실한 요인으로 꼽힌다.

보수당은 이를 만회하려 은퇴자 연금 소득 보호, 모든 18살 국민의 1년간 군, 경찰, 공공 서비스 분야 등에서 의무 복무, 불법 이민자 르완다 송환 실현을 내세웠지만 먹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온건 변신 이끈 새 총리 내정 키어 스타머는 누구?

반면 노동당은 2019년 총선 대패 뒤 좌파 성향이 뚜렷했던 제러미 코빈 전 당대표가 물러나고 온건한 키어 스타머가 2020년 당대표에 오른 뒤 중도층에 구애하며 저변을 넓혔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2008~2013년 잉글랜드·웨일즈를 관할하는 왕립 검찰청(CPS) 청장을 지낸 스타머 대표는 이때의 공로로 2014년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노동당 대표 중 처음으로 '경(Sir)'으로 불린다. 그는 영국 남부 서리주 내 작은 마을 옥스테드의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아버지는 도구 제작자로 일했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스타머 대표는 52살이던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스타머 대표가 당을 장악한 뒤 노동당은 코빈 전 대표 출마 금지를 포함해 보다 온건한 쪽으로 당의 방향을 바꿨다. 노동당은 코빈 전 대표가 2020년 반유대주의에 대한 조사 결과를 "극적으로 과장된 것"이라고 경시하자 그를 정직시켰고 2023년 3월엔 코빈 전 대표가 노동당 대표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중도층을 끌어 들이려 소득세 인상, 대학 등록금 폐지, 공공 서비스 국유화 등의 공약을 포기한 스타머 대표는 좌파에게 비판 받았고 우파에겐 원칙이 없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경제 지속 성장 및 2030년까지 화석 연료 발전 폐기와 청정 에너지 강국 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고 공약 실행 첫 단추로 조세 회피 등의 문제를 해결해 국민보건서비스에 매주 4만 건 이상의 추가 예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립학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종료해 재원을 충당하고 6500명의 교사를 더 고용하겠다고 밝혔고 공공 소유의 청정 에너지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경제 안정성을 강조하며 재정 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했고 보수당 정부가 추진한 불법 이민자 르완다 송환 계획을 폐기하겠다면서도 불법 이민선을 운영하는 폭력단을 막기 위해 새 국경보안사령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도층을 겨냥한 공약으로 보인다. 5월 유고브의 영국 유권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이민을 중요한 국가 문제라고 꼽았지만 노동당 지지자 중 이민을 주요 문제로 꼽은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보수당이 주도한 브렉시트가 실패한 프로젝트였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스타머 대표는 집권 뒤 유럽연합(EU)에 재가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일 스타머 대표는 EU 재가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자들에게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EU 재가입, 단일 시장 및 관세 동맹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는 EU 재가입을 지지하는 많은 노동당 지지자들과 충돌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UKICE)이 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당 유권자의 78%가 EU 재가입을 지지한다.

브렉시트 투표 주도했던 극우 패라지, 8번 도전 끝 의회 입성 성공

한편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 이후 자취를 감췄던 극우 세력이 하원에 입성하게 된 것이 눈에 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영국독립당(UKIP)을 이끌었던 패라지는 이번 총선에서 8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국내 의회 의석을 얻었다.

패라지는 유럽의회 의원으로는 1999년부터 20년간 복무했다. 브렉시트 투표 뒤 정계에서 은퇴한 듯 했던 그는 지난달 돌연 출마를 선언해 보수당의 표를 갉는 데 성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보트를 타고 건너오는 이민자들이 해안에 도달하기 전에 돌려보내는 등의 반이민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며 여성 혐오 발언으로 악명 높은 인플루언서를 "중요한 목소리"라며 옹호한다.

유럽에선 최근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하고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가 약진하는 등 극우가 주류 정치 세력화가 대거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한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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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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