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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집에는 미납 딱지, 아버지는 공구상”…개천에서 ‘용’ 된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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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차기총리 스타머는 누구

정계 입문후 5년만에 당대표로
카리스마보다 실용주의 우선


매일경제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현지시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노동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스타머 대표는 이날 오후 차기 영국 총리에 위침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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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에서 약 30년 만에 최대 의석을 흭득하며 정권 교체에 성공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61)는 ‘제 3의 길’로 유명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14년 만의 노동당 총리라는 점과 보수당에 대승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블레어 전 총리에 비해 정치 경력이 짧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법조인 출신으로, 꼼꼼하고 진지하며 조용하지만 강한 추진력이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5일(현지시간)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패배를 인정하고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이후, 스타머 대표는 영국 버킹엄궁에서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본인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직후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 전역의 국민이 ‘변화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머는 영국 정치권에서 ‘초고속 승진’과 ‘추진력’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20년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표가 된 이후에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 극좌로 쏠리고 있던 노동당을 중도 성향에 위치시켰다. 노동당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조용히 ‘우클릭 정책’을 이어갔다. 노동당 고문이자 스타머 전기를 쓴 톰 볼드윈은 “스타머는 매우, 매우 추진력이 있으며 상당히 가차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대중 앞에서 ‘쇼맨십’이 없고, 카리스마도 없다는 점은 정치인으로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스타머에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나 토니 블레어 같은 카리스마는 없다”고 언급했고, AP통신은 “의무감이 있고 관리감이 있는 편으로 약간 지루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타머는 범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원론적인 모습을 보여 ‘부드러움 경(Sir Softie)’라는 별명이 붙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블레어 전 총리와 유사한 정치적 환경을 갖추게 됐지만, 영국 내부 사정은 훨씬 더 복잡하고 험난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고금리 국면을 거치며 영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 겨우 경제 성장 국면으로 전환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이다. 의료 등 일부 공공서비스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돼 시급한 복구가 필요하다.

정치 평론가 존 캠프너는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영국 새 정부는 토니 블레어 정부의 ‘신노동당’ 각본을 따라하고 있지만, 영국 내 분위기는 좀 다르다”며 “그런 점에서 스타머는 낙관론이 빠진 토니 블레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타머의 ‘성공신화’도 화제다. 1962년 런던 외곽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타머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본인의 집에 항상 공과금 미납 안내문이 있었고 심지어는 전화까지 끊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업에 매진해 영국 전통 명문고인 그래머 스쿨에 진학했고, 영국 명문대인 리즈대에서 법학 학사를 옥스퍼드대에서 민법 석사를 받았다.

스타머는 인권 변호사로서 법조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대형 인권 사건을 맡는 것으로 유명한 로펌 ‘도티 스트릿 챔버스’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그는 당시 글로벌 기업 맥도날드에 맞서 채식주의 무정부주의자들을 무료로 변론할 만큼 진보적인 편이었다.

2008년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우리로 치면 검찰총장)을 맡으면서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흑인 총격 사망으로 폭동이 발생하자 스타머는 이를 강력하게 진압했다. 그 공로로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스타머는 오는 9일 국제무대에 데뷔한다. 그는 영국 총리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까지 열리는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스타머가 노동당 총선 자료집에 ‘나토 및 우리의 핵 억지력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라는 공약을 내건 만큼 회의에서 동맹국과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WP는 “스타머가 어떤 총리가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는 가장 과소평가된 정치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 키어 스타머 차기 총리

△1962년 런던 외곽 출생 △1985년 리즈대 법학 학사 △1986년 옥스퍼드대 민법 석사 △1990년 인권변호사 활동(도티 스트리트 체임버스) △2002년 왕실 고문 △2008년 왕실 검찰청장 △2014년 바스 훈장(기사 작위) △2015년 하원 입성(홀번 세인트판크라스) △2020년 노동당 대표 △2024년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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