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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앵커칼럼 오늘] 대변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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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상 가장 무례하다고 꼽힌, 다큐 감독 마이클 무어의 수상 소감입니다.

"거짓 선거가 거짓 대통령을 뽑는다. 미스터 부시! 부끄러운 줄 알라!"

아카데미 측은 배경음악을 크게 틀어 퇴장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치지 앉자 마이크를 꺼버렸지요.

축하 파티에서도 그는 외톨이였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말똥을 쌓아놓고 플래카드를 펼쳤습니다.

"미스터 무어! 창피한 줄 알라!"
"저 자식을 뭉개버릴 거야!"

악당들이 마티를 차 앞에 매단 채 밀어붙입니다. 그들에게 돌아온 건…

"똥이다!"

뭐든 지나치면 덜하느니만 못한 법입니다. 민주당이 탄핵을 발의한 검사 중 한 명에게 '공용물 손상죄'를 갖다 댄 대변 소동이 그렇지 않을까요.

당사자 소명은 물론 주변 증언들이 하나같이 엉뚱한 사람을 찍었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설사 맞다 해도 탄핵감이 되겠습니까. 다른 검사들을 겨냥한 탄핵 사유 역시 검찰총장이 나서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애완견'이라는 비아냥과 '감히 국회에 대드느냐'는 호통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조목조목 재반박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신 당장 탄핵을 가결하자는 게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탄핵이 무슨 장난도 아닐 텐데 발의부터 한 속내는 자명합니다. 법사위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겁니다.

검사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움츠러들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비상하고 엄중한 절차, 탄핵마저 방탄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반세기 전에 풍자한 노래가 있습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역주행 질주가 그냥 무사하게 지나갈 리 없습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발의한 날, 검찰총장이 꺼낸 사자성어처럼 말입니다.

'모든 것은 극에 도달하면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기까지는 악취도 꽃 향기가 되곤 하는 세상입니다. '뭐하고 매화타령' 이라는 속담을 생각합니다.

7월 5일 앵커칼럼 오늘 '대변 탄핵'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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