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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전장연’ 4년 투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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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정창조/ 위즈덤하우스/ 1만9000원

2021년 12월3일 출근길 아침,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한 무리의 장애인들이 나타났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활동가와 회원들은 그렇게 매일 지하철 승강장에 모였다. 1년여 후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이 모인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했고, 2023년 말부터는 승강장에 머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덧 햇수로 4년째가 됐다. 그들은 여전히 매일 아침 8시 지하철 승강장에 모이고 있다. “왜 하필 지하철이냐”, “정치를 하려면 국회로 가라”, “죄 없는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지 마라” 등 날 선 비판을 마주했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지하철에서 ‘느린 설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세계일보

박경석·정창조/ 위즈덤하우스/ 1만9000원


신간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은 전장연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는 책이다. 책은 노들장애학궁리소 정창조 연구활동가가 박경석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정리한 오랜 시간의 ‘투쟁 기록’이기도 하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자 애썼던 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싸움, 모두에게 편리한 저상버스가 도입되게 한 사건, 시설 바깥에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과정 등이 담겼다.

책의 챕터 제목만으로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한다. ‘출근길 지하철은 왜 안 되는 건가요’(1장)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우리의 생명은 비용보다 소중하다’(2장), ‘탈시설이란 말이 어렵다고요? 그럴 리가요’(3장) 등 하고 싶었던 얘기를 명확하게 풀어간다.

가장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출근길 지하철 투쟁. 사실 전장연이 지하철에 처음 출몰한 것은 2021년이 아니다. 그들은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항의로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한 이후 한 해도 지하철을 떠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투쟁과 관련해서도 “1%가 됐건, 5%가 됐건 어떤 역에서는 여전히 툭하면 추락 사고가 나는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 비장애인들한테 그렇게 했다가는 아주 난리가 날걸? 결국에는 돈 달라는 거였냐고들 하는데요. 맞아요. 우리는 지금 돈보다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거예요”라고 거침없이 이어나간다.

책은 전장연의 활동을 ‘씨앗’에 비유한다.

“믿음, 소망, 사랑 중 그중 제일은 투쟁이라.” 이 도발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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