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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도…"경영상 일체 이루면 같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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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5월 23일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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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같은 사무실을 쓰며 하나의 단체 대화방에서 업무 지시를 받는다면 하나의 사업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박정대)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정치 광고물 제작 업체인 B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업무와 관련해 상사로부터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질책을 들은 뒤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이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위원회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사의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단도 같았다. 이에 A씨는 행정법원에 중노위 판단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사는 여론조사·정치 컨설팅 회사인 C사의 대표가 함께 운영한다. 두 회사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회사는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상시근로자 수는 5명 이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두 회사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직원들이 하나의 출입문으로 드나든 점이 근거가 됐다. 컴퓨터 드라이브와 인터넷 회선을 같이 쓰면서 함께 회의하고 업무일지를 공동으로 작성한 점도 고려됐다. C사 대표가 하나의 단체 대화방에서 B·C 양사 직원들에게 지속해서 업무지시를 한 점 역시 판단 근거가 됐다. 아울러 C사 대표가 B사 직원인 A씨를 질책하면서 자신이 직장 상사임을 강조한 것은 자신이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돼 있고, 주요 업무가 기획분야와 여론조사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두 법인이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같은 업무의 차이는 내부 업무분장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사업’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를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두 회사가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A씨에게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고 전화로 해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짓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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