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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로켓 기술보다 더디다…완전자율주행은 꿈일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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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자율주행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로보택시’. 웨이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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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업체인 웨이모는 지난 6월25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개시했다. 누구나 호출해서 사용하는 유료 서비스인데, 도시로서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세번째였다. 그럼에도 이날의 뉴스는 이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평평하고 한적한 편인 피닉스나 도로가 넓은 로스앤젤레스에 비해 샌프란시스코의 교통환경은 로보택시에 버거운 편인데다가,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를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로보택시에 대한 논쟁과 저항이 심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AI 발전 속도 10배라 했는데





자율주행이 실현된 것일까? 2014년 국제자동차공학회가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5단계로 나눈 지 10년이 지났다. 가장 앞섰다는 웨이모의 기술은 4단계, 가장 많이 팔린 테슬라의 차들은 2단계로 평가받는다. 구글이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한 자율주행 자동차 7대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주행에 성공했던 2010년 전후로 팽배했던 기대나, 인공지능(AI) 분야의 1년은 다른 분야의 10년에 맞먹는다는 속설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과거 급격하게 기술을 성취한 경험에 비춰 보면 더 그렇다.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고 1969년 아폴로 11호가 유인 달 착륙을 할 때까지 불과 11년9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2014년 이전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 기간보다 스푸트니크 이전 액체연료 로켓 기술을 연구한 기간이 더 짧다.



일단 자율주행 자동차가 우주 로켓보다 더 복잡한 상황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지 않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 점에서 웨이모와 테슬라의 기술 개발 방향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웨이모가 제한된 환경에서 기술 수준을 높인 이후에 사용 가능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라면, 테슬라는 처음부터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점진적으로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 더 나은지는 일률적으로 따질 수 없다. 안전성처럼 직관적으로 판단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그렇다. 일단 발표된 누적 주행거리당 사고 보고 건수 기준으로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이 좀 더 안전(주행거리당 사고 횟수가 미국 평균의 7분의 1)한 듯하지만, 이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서 속도 규제를 지키며 불과 몇백대의 차를 엔지니어들이 꼼꼼히 관리하면서 나온 결과다. 테슬라에 따르면 시판된 자사 자율주행 자동차들의 주행거리당 사고 횟수는 일반 자동차의 5분의 1 이하다. 양사 모두 요약 수치만 공개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입체적인 비교와 판단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자동운전’(Autopilot) 등 자율주행 2단계 수준의 기능을 마치 5단계에 도달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테슬라의 용어가 기술 수준을 호도한다고 비판한다. 또 운전자의 습관을 ‘안전 점수’로 요약해서 진단하는 기능이 실은 안전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반면 그런 기능조차 없는 다른 자동차보다는 낫다는 반론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다.



결국은 제품을 사용하는 인구 집단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 자율 자동차 사용자 집단을 소수의 사고 고위험군과 다수의 저위험군으로 나눌 수 있다면, 사용자 집단별로 자율 자동차를 사용할 때의 사고 건수와 양상을 일반 자동차를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야 좀 더 정량적으로 근거 있는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정성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신체적 위협을 느끼기 쉽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승하차 시간이 긴 탑승객은 일반 택시보다 로보택시를 사용할 때 더 마음이 편하다는 체험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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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하드웨어부터 사람까지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언젠가는 등장하겠지만 보편화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일단 교통 환경이 너무 다양하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막강한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은 방대한 도로 데이터와 막대한 연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승용차 한대에 그것을 탑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승용차 수십 내지 수천대마다 미니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수 있을까? 설사 교통 환경이 비슷한 권역별로 특화된 인공지능들을 사용한다고 해도, 한 권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완벽한 인공지능을 완성하는 비용보다는, 유인 모드에서는 숙련자를 보조하고 무인 모드에서는 느리더라도 규칙적인 안전 모드로 주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비용이 더 싸다.



기술이 필연적인 특정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은 기술 발전을 옹호하는 진영과 우려하는 진영 양쪽에서 모두 나타난다. 그런 이유로 유나바머(편지 폭탄 방식으로 테러를 저지른 수학자 카진스키)는 기술 발전에 반대했고, 오픈에이아이 창업자들은 인공일반지능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고 믿었다. 기술이 양날의 칼이니 좋은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믿음은 사람은 활용 방향만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칼이라도 수술 메스와 정글도는 완전히 다르다.



사람과 기술과 환경은 서로를 변화시킨다. 몇년에 걸친 로보택시 시험운행 기간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바뀌는 동시에, 피닉스·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바뀌는 기간이기도 했다. 향후 로보택시 밀도가 늘어난다면 개별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위 자동차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바뀌게 될 것이다. 북미 대륙에서 도시와 도시 사이에 현재의 로보택시가 운행하려면 무선 인터넷망이 확산돼야 한다. 한국의 환경과 운전 습속이 미국과 다르니 미국과 한국의 자율주행 인공지능도 똑같을 수 없다.



1811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적 능력이 더 뛰어난 숙련공들이 주도했다. 파괴 대상도 기계 도입의 편익을 독점하려는 업주들에게 집중됐다. 작업환경을 개선하거나 임금 삭감을 하지 않은 작업장은 위협받지 않았다. 그해 말, 주동자들이 대거 처형된 이후에야 전면적인 기술반대 운동으로 비화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숙련공들과 반숙련공들이 새로운 기술과 기계의 도입을 주도했다. 영국보다는 신기술 도입의 편익이 그들에게도 공유됐기 때문이다. 몇세대 뒤 양국의 생활수준은 역전됐다.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한 로봇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기술이 홀로 좌우하지 못한다. 기술의 편익을 더 널리 퍼트리고, 사람들이 기술과 함께 능동적으로 바뀌어 나가면 기술의 발전 방향도 달라지고 삶도 나아질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한 나라 수준에서라도 가능할까? 로봇은 물리적인 공간에 존재하고 세계화 시대에도 각 공간마다 사람과 환경은 여전히 다르다.



과학저술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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