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셔먼중학교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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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해 주말을 전후해 연이은 언론 인터뷰, 공개 유세 등에 나섰지만 건강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는가 하면 인터뷰 질문 사전 조율 논란에 휩싸이는 등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내 확산되고 있는 공개적 사퇴론, ‘비(非)바이든’으로 돌아선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 등 돌리고 있는 고액 기부자 등 바이든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연일 ‘완주’ 의지를 보이는 데다 11월 대선까지 물리적 시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환승’이 공멸을 부를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퇴론과 완주론이 첨예하게 맞선 형국을 두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쪽 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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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신 주님 말씀하신다면 모를까”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후 공개된 ABC 방송 인터뷰에서 “전능하신 주님께서 내려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대선 레이스를 그만두겠지만 주님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느냐’는 진행자 조지 스테파노폴러스의 질문에는 “예스, 예스, 예스, 예스”라고 네 차례나 확언하며 사퇴론을 거듭 일축했다.
22분간 진행된 무편집 인터뷰를 두고 ‘폭망’ 수준이던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보다는 나았지만 인지력 저하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경ㆍ인지력 검사를 받고 결과를 미 국민에게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 수행을 통해) 매일 인지력ㆍ신경 검사를 받고 있다. 누구도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사를 원치 않는 것이냐’는 후속 물음에도 “이미 했다”고만 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산제이 굽타 CNN 의학전문기자는 “바이든이 인지능력 검사를 면밀하게 받고 결과를 공개할 때가 됐다”고 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ABC 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조지 스테파노폴로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ABC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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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밀리는 여론조사에 “부정확”
TV 토론 이후 트럼프에 더욱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진행자가 묻자 “저는 뒤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여론조사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패배시 내년 1월 어떤 기분이겠느냐’는 질문에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그게 바로 이 일의 의미”라고 답했다. 후보 교체를 주장해온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에서는 가장 짜증난 대목이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경합주인 위스콘신 유세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꺾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프롬프터 도움을 받고 약 20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바이든은 일자리 창출 등 성과를 거론하며 “아직 늙지 않았다. 40세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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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서 5번째 ‘반기’
하지만 그의 확신과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6일 앤지 크레이그 민주당 하원의원이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로써 바이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하원의원은 로이드 도겟, 라울 그리핼버, 세스 몰턴, 마이클 퀴글리에 이어 크레이그가 다섯 번째가 됐다. 상원에서도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이 8일 바이든 후보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월트디즈니 창업주 손녀 에비게일 디즈니, 월마트 상속녀 크리스티 월든 등 민주당 고액 기부자들도 사퇴 요구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공개 일정 없이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에 머무르며 대선 캠프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1시간 넘게 솔직한 조언과 충고를 구했다”며 “앞으로 타운홀 미팅이든 기자회견이든 바이든은 사람들과 더 직접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대중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방식으로 사퇴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언론 인터뷰 질문지 사전 조율 논란에 대해서도 피해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소식통은 “앞으로는 미리 제안된 형태의 질문지 제공을 삼갈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선 캠프는 최근 바이든이 라디오 방송 두 곳과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 진행자들에게 미리 질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워싱턴 DC 백악관의 트루먼 발코니에 나온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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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논의, NATO…“바이든에 결정적 한 주”
후보 교체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대혼란이 이번주에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오후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 간사 등 핵심 하원의원들과 비공개 화상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후보 교체론이 집중 논의될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상ㆍ하원 의원들이 복귀하면서 앞으로 며칠간 바이든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며 “바이든 임기 중 가장 결정적인 한 주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해 공개 유세를 벌인다. 이어 9~11일에는 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 바이든이 강조해온 ‘동맹 결속 강화’에 중지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정상도 참석한다.
정상회의 마지막날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도 잡혀 있다. 유세 집회와 정상 외교 등 공개석상에서 건재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사퇴론을 뚫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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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서 밀렸던 바이든, 격차 좁혀
이런 가운데 TV 토론 이후 실시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격차를 좁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ㆍ모닝컨설트가 1~5일 스윙스테이트(경합주) 7곳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은 45%로 트럼프(47%)에 2%포인트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 스윙스테이트 여론조사를 해온 이래 가장 적은 격차”라고 전했다.
미국 블룸버그ㆍ모닝컨설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경합주 7곳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5%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7%)에게 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고 나머지 5개 주에서는 오차범위 안팎으로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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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바이든은 ▶미시간주(바이든 48% 대 트럼프 43%) ▶위스콘신주(47% 대 44%)에서 트럼프를 오차범위 내 앞섰고, ▶애리조나주(45% 대 48%) ▶조지아주(46% 대 47%) ▶네바다주(45% 대 48%) ▶노스캐롤라이나주(43% 대 46%) ▶펜실베이니아주(44% 대 51%)에선 다소 간의 격차로 트럼프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 요클리 모닝컨설트 정치분석가는 “첫 TV 토론이 민주당을 경악하게 만든 것처럼 보였지만 근본적인 대선 역학 구도를 바꾸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부패한 조 바이든은 비판자를 무시하고, 강력하고 광범위한 선거운동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조롱했다. 한동안 ‘침묵모드’였던 트럼프는 SNS 글을 통해 “'졸린 조'는 미국을 파괴하는 선거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비아냥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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