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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자살시도 신고땐 즉각 출동"… 마음의 병 전담하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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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동을 준비 중인 서울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소속 이재엽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 경장(왼쪽)과 정일섭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 경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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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양화대교에서 자살시도를 한 20대 여성을 보호하던 홍익지구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전에도 자살시도를 했던 이 여성을 응급입원을 시켜야 할지 직접 와서 보고 판단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울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에 소속된 정일섭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 경위(41)를 포함한 2명의 경찰관과 2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즉시 해당 여성이 있는 홍익지구대로 출동했다. 자살시도자를 면담하며 심리 상태를 진단한 후, 응급현장팀은 입원 가능한 병상을 찾아 지구대에 안내했고 여성은 응급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지영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팀장(31)은 "지구대에서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가 출동해 정신질환자를 면담하고, 응급입원 절차를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국민들 정신건강 문제가 정부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일선 현장 직원들이 해야 할 몫도 더 많아지고 있다. 대응센터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응급입원을 돕고, 그들이 신속한 치료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가 2022년 10월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현재 총 12명의 경찰과 12명의 서울시 소속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968건의 현장 출동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만 환자 1700명의 응급입원을 도왔다.

정일섭 경위는 자살시도자는 아니었지만 정신 지체가 있던 임신부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기억했다. 정 경위는 "만삭이었던 여성이 택시 무임승차를 하다 지구대에 붙잡혀 있었다"며 "저희 센터로 인계가 됐는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출산 가능한 병원을 찾아 순산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대응센터는 구청 등과 연계해 해당 여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센터는 올해 6월부터 '자살시도자' 보호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번 자살을 시도했던 이들이 다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5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관련 신고도 자주 접수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전국 15~69세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간 심각한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7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심각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범부처 차원에서 정신건강 관리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 직원들의 근무는 늘 긴장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재엽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 경장(33)은 "현장 출동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대상자의 돌발 행동"이라며 "침착하던 분이 갑자기 돌변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방검복을 필수적으로 착용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원과 병상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병상 부족 등으로 정신질환자 상담부터 병원을 지정하고 입원이 이뤄지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시간에 달할 정도다. 정 경위는 "폐쇄병동 입원시설을 갖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드물고, 전문의가 새벽까지 야간 진료를 하는 곳은 더욱 없다"며 "응급입원이 필요한 서울시 정신질환자를 경기도와 인천에 있는 병원까지 데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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