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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하다 하다 ‘김건희 문자’ 공방까지, 한심한 여당 전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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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서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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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관련 대국민 사과 의향 문자를 받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현 당대표 후보)이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경쟁 후보들이 한 후보를 일제히 공격하고, 한 후보가 반박에 나서면서 연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공방은 지난 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방송사 간부가 문자 내용을 언급하면서 비롯됐다. 디올백 수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위원장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는데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냈고, 경쟁 후보들은 당과 상의 없이 김 여사의 의사를 무시한 한 후보의 행동이 결국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며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양상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방은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는 대다수 국민에게 모욕감을 준 사안이다. 그 일로 당시 잠행 중이던 김 여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식했다면, 그 즉시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했어야 마땅하다. 그걸 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상의하나. 여당의 총선 유불리를 따지려는 얄팍한 계산이 앞섰던 것 아닌가. 한 후보의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은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지만, 김 여사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는 답장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과거 검사 시절 ‘검찰총장 부인’이던 김 여사와 수백통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이 왜 유독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만 공사 구분을 엄격히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 모습은 지리멸렬 그 자체다. 총선에서 대패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지도부 선출 절차를 넘어, 당을 추스르고 재건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일방적·수직적 당정관계를 재정립하고, 보수 혁신의 방향과 비전을 마련하려는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한데, 매일 보여주는 모습은 진흙탕 싸움뿐이다. 총선 책임론, 당정 불화설로 시간을 허비하더니 김 여사 문자 공방으로 옮겨갔다. 8일부터 시작되는 합동연설회·방송토론회도 저급한 싸움판으로 만들 작정인가. 집권 여당의 한심한 퇴행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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