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집권… ‘보수당 지우기’ 가속
취임 하루 만에 “효과 없다” 못 박아
국경안보본부 신설해 국경 통제할 듯
공공·무상의료시스템 회복도 재확인
자수성가 많은 ‘흙수저 내각’ 구성
절반 여성… 첫 女재무장관 탄생도
6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왼쪽)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집무실 겸 관저에서 총선 승리 후 임명한 주요 장관들과 첫 내각 회의를 열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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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다우닝가 10번가 총리 관저에서 이날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스타머 총리는 “르완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히 끝났다(dead and buried)”며 “(이주민 유입 억지) 효과가 없는 속임수를 계속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도버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난민 신청을 막고 이들을 구금한 뒤,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게 하는 르완다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들이 “난민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져 시행에 수차례 제동이 걸려왔는데, 스타머 총리가 이를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르완다 정책이 이주민을 억제하는 실효성도 갖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대신 경찰·정보기관·검찰 등과 함께 국경안보본부를 신설해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붕괴’됐다고 평가받는 공공·무상의료 시스템 국립보건서비스(NHS)의 회복,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한 교도소 확충 등의 공약 이행도 다짐했다. 한때 영국 복지정책의 자랑이었으나 인력난 등으로 사실상 기능 마비에 빠진 NHS는 이번 총선의 주요 쟁점이었다. 정부지원금이 제공되는 NHS 치과 진료 예약을 잡기 어려워 집에서 ‘셀프 발치’를 하는 사례까지 속출하자 노동당은 70만건 이상의 신규 긴급 진료 제공, 필요 지역에서의 치과의사 신규 채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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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총리는 이날 첫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이날까지 발표된 내각 구성원의 주요 특징은 ‘흙수저’와 ‘여성’이다. 내각 구성원 22명 중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성장한 자수성가형인데, 대표적인 인물이 부총리와 균형발전·주택 장관에 임명된 앤절라 레이너(44) 노동당 부대표다.
레이너 부총리는 맨체스터 공공주택에 거주하며 추운 겨울에도 집안 난방을 켜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16세에 출산으로 학교를 그만뒀으나,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지방정부에서 돌봄 서비스 업무를 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가이아나 이민자 가정 출신인 데이비드 래미(51) 외무장관도 자수성가형의 대표다. 그는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첫 흑인 영국인으로, 동문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래미 외무장관은 평의원 시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네오나치에 동조하는 소시오패스”라며 거칠게 비판한 전력도 있다.
현재 내각 구성원의 절반(11명)이 여성인 가운데, 영국 사상 최초 여성 재무장관도 탄생했다. 영란은행(BOE) 경제학자 출신 레이철 리브스(45)가 그 주인공으로, 옥스퍼드대 뉴칼리지와 런던 경제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의회에 입성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가 5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새 총리로서 첫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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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총리는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2020년 노동당 당수 자리에 오른 뒤 좌경화하던 노동당을 실용 중도 좌파 정당으로 변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4일 치러진 조기 총선 개표 결과 전체 650개 선거구중 정당별 의석수는 노동당 412석, 보수당 121석, 자유민주당(자민당) 72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9석, 개혁UK 5석, 녹색당 4석 등이다.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두면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뤘고, 극우 정당인 개혁UK는 사상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정당별 득표율은 노동당 33.8%, 보수당 23.7%, 개혁UK 14.3%, 자민당 12.2%, 녹색당 6.8%, SNP 2.5% 등으로 집계돼 선거제도가 유권자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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