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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7 (수)

한국전 전사자 1만명 잠든 곳…尹 '혈맹 상징' 美 펀치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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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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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11일 미국을 방문한다. 10∼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하는 첫 한국 대통령이 된다. 워싱턴 DC를 가기 전 윤 대통령은 8~9일 하와이에 들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선 29년 만에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를 찾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글로벌 안보를 주제로 강연한다. 11일 나토와 미국·유럽 5개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포럼의 인도·태평양 세션에서 단독 연사로 나서는 것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며 안보 위기가 고조된 만큼 핵심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과 AP4 파트너(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간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일정 중에서도 현지시간 8일 예정된 미 태평양 국립기념묘지 방문은 한·미 동맹의 상징적 행보가 될 전망이다. 하와이 오아후섬 사화산의 분화구에 위치해 움푹한 그릇(Punch Bowl)을 닮아 ‘펀치볼 국립묘지’로도 불리는 이곳엔 제1·2차 세계대전부터 베트남전쟁까지 전쟁 중 산화한 6만3000여명의 미군 유해가 안장돼 있다.

그 중 1만여명은 6·25 전쟁 때 낯선 한국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휴전이 된 지 71년이 지났지만 이곳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52명(2018년 미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 집계)의 무명용사도 묻혀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탓에 ‘X-○○○○○’라는 코드를 부여받은 이들은 ‘US UNKNOWN KOREA’(한국전 무명용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미 언론은 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각고의 노력 끝에 무명용사의 신원을 확인할 때마다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CNN 등 미국 유력 언론은 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Chosin Reservoir) 전투에서 사망한 뒤 하와이에 안치됐던 콜로라도 출신 존 알버트 스프루엘 상병(코드명 X-15754)이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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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4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하와이를 방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태평양 국립기념묘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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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 무명용사 묘역에 미군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군 등이 수습해 이곳으로 옮겨왔지만 이름뿐 아니라 국적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함께 건너온 한국군도 제법 있었다. 지난해 7월 서울공항을 통해 고국 땅을 밟은 6·25 국군 참전용사 7위(位)의 유해 중 3위는 바로 이곳, 펀치볼 묘역에 안장돼 있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봉환식에 참석해 유해를 실은 공군 특별수송기 시그너스(KC-330)가 도착하자 수송기 앞에 도열해 직접 맞았고, 유해가 탑승대 계단을 내려오자 거수경례를 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7위의 유해 중 고(故) 최임락 일병을 제외한 나머지 6위는 한국군이란 사실만 확인된 상태다.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한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역대 한국 대통령은 하와이를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태평양 국립묘지를 참배하곤 했다. 수많은 6·25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고, 알링턴 국립묘지와 함께 미국의 양대 국립묘지로 꼽히는 만큼 한·미 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21년 9월 이곳을 참배했고, 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군 유해 68위와 미군 유해 6위의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직접 주재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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