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민간 발사체 시험 성공 뒤에는 '스타트업-대기업 상생'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국내 최초 민간 시험 발사체인 '한빛-TLV'가 지난 3월 19일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지난 2일 상장했다. 2017년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첫 민간 발사체 기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7년 만에 상장에 성공하며 내년 3월 첫 상업 발사를 위한 날개를 달았다. 이노스페이스는 상장을 통해 공모한 자금을 발사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확충, 발사체 경량화와 재사용을 위한 연구개발(R&D), 해외 시장 판로 확보, 우수 인력 유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브라질에서 1단 로켓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로켓을 발사한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민간기업에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우주산업 분야에서 이노스페이스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나아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성장 요인 중 하나로 국내 대기업 코오롱그룹과의 협력도 꼽힌다. 지난해 3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의 발사체 '한빛-TLV'에는 코오롱데크컴퍼지트가 개발한 초경량·고내열성 복합재 부품이 적용됐다. 헬륨가스와 질소가스를 저장하는 가압탱크는 물론 추진제를 저장하고 고온·고압 환경에서 연소를 담당하는 복합재 체임버, 발사체 탑재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고강성 구조의 페어링 등을 코오롱데크컴퍼지트가 개발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이 투자한 회사인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2019년부터 이노스페이스에 투자하며 재무적투자자로, 코오롱글로텍은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했다. 코오롱그룹이 확보한 지분은 약 17.7%로 외부 투자자 중 최대에 달한다. 우주시장을 노리는 코오롱그룹과 빠른 투자가 필요했던 이노스페이스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과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처럼 성공적인 사례도 나타나면서 이제는 단순 투자나 사업 인수 등에서 나아가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경우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노스페이스와 함께 2017년 설립된 핏펫도 대기업과의 협력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사례로 꼽힌다. 반려동물을 위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핏펫은 2023년 동화약품에서 50억원을 투자받았다. 동화약품은 전략적 투자를 통해 핏펫이 보유한 반려동물 헬스케어 데이터베이스 수십만 건을 활용하면서 자사가 보유한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이용해 동물 의약품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산업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은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 설립돼 국내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홍콩 인도네시아 등 7개 국가에서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고피자도 최근 대기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고피자는 GS리테일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국내 250여 개 GS25 매장에서 고피자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피자는 반죽 숙성, 성형시간을 대폭 줄여 누구나 부담 없이 피자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1인 피자 브랜드다. 고피자와 GS리테일은 1인 가구 증가,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1인 피자와 같은 스몰 사이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협업 프로젝트를 논의해왔다. 이후 함께 편의점에서 고품질의 피자를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국내 GS25 편의점 1000여 곳에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고피자는 GS리테일과 협업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독보적인 1인 피자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게 됐으며 GS25 또한 차별화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신청하는 대기업·중견기업 참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해외 대기업과 콘텐츠 스타트업 중심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무역협회와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국내외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사업 협력을 목표로 '넥스트라이즈'를 개최했다. 바이오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서울바이오허브도 셀트리온, 대원제약 등과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모집해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보미 디캠프 사업실장은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성공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상당수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좋은 협력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디캠프도 하반기 디데이에 대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테마로 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