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인 H100. 엔비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에서 120억달러(약 16조56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갈등과 함께 미국 정부가 AI와 관련된 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AI 반도체를 출시해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유학생을 동원해 엔비디아 칩을 이송하는 등 AI와 관련한 밀수 시장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H20 반도체 칩 100만개 이상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H100과 비교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칩이다. 개당 가격은 1만2000~1만3000달러다. FT는 "엔비디아는 이를 중국에 판매해 1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 수치는 화웨이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경쟁 제품인 '어센드910B'의 판매 예상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2021년 미국이 수출을 통제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 총수익의 4분의 1을 차지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중국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서 이 비중은 크게 줄고 있다. FT는 엔비디아의 H20이 중국에서 예상대로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중국발 매출은 엔비디아 연간 매출의 10%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여러 연구소·기업은 엔비디아의 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기반으로 플랫폼이 구축된 만큼 화웨이 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비용·시간 측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중국은 유학생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칩을 밀수하는 정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하 엔비디아의 AI 칩이 중국으로 밀수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중국인 유학생이 친구의 제안에 따라 싱가포르로 엔비디아 칩을 1 개 운반했고 사례금으로 1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70개 이상의 유통업체가 온라인에서 엔비디아 칩을 공개적으로 팔고 있다"며 "대기업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이나 정부 연구소의 수요는 충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