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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채상병 순직' 대대장 과욕 때문? 불통·폐쇄적 軍 문화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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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류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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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8일 책임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11포병 대대장의 과욕과 폐쇄적인 구조, 군대 내 불통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상병이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7월 17일 오후, 7여단과 소방 측이 수색 활동에 대해 두차례 협조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는 11대대장, 7대대장 등 포병대대 지휘관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7여단 예하 참모들만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군은 '수중수색'이 아닌 '수변수색'을 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당시 회의에서 7여단 예하 참모들이 '허리까지 들어갈지, 허벅지까지 들어갈지' 묻는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소방당국은 물길이 거세므로 군의 수중수색을 만류하고 안전한 수변수색을 강조했다.

하지만 7여단 산하의 포병대대장들에게 이런 내용이 명확하게는 전달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음날인 7월 18일 새벽 11포병 대대장이 소방측 현장책임자로부터 '해병대는 수변 아래 정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전화 요청을 받았다.

이를 보고 받은 7여단장은 장화 높이까지만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11포병 대대장은 포병 대대장들끼리 함께 한 자체 결산 회의에서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다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고 말했고 다른 포병 대대장들은 수중수색을 하라는 지시로 오인했다.

경찰은 11포병 대대장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지시를 했다고 봤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포병부대가 잘 보이기 위해 적극적 수색활동을 하는 것을 보이기 위한 뜻에서 기존 수색 지침을 임의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단장이 현장을 방문한다고 하자 심리적 부담감을 가진 11포병 대대장이 오버액션을 했다는 해석이다.

경찰은 11포병 대대장이 상사인 7여단장의 의견과 다르게 수중 투입을 지시한 것은 이 둘의 대질조사에서도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에서 다른 포병 대대장들은 11포병 대대장의 이 말을 '사단장의 지시'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포병 대대장 중 11포병 대대장이 가장 선임이었던 탓에 수중수색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우려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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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7여단장의 경우 직접 수중수색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11포병 대대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잘못된 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여단장이 소방에서 수중수색을 극구 만류한 당시 회의에 포병 대대장들을 참여시키거나 위험성을 정확히 알렸더라면 11포병 대대장이 무리한 수색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경찰은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당시 현장을 점검하고 꼼꼼히 수색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형식적인 당부 차원의 말이었다고 봤다.

포병대대는 원래 1사단 산하지만, 당시 임시로 편제가 변경되며 50사단의 지휘를 받았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현장 지시는 작전통제권 없이 원 소속 부대장으로서 현장에 방문해 군기를 바로잡은 것으로 봐야하고 이는 타 부대에서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이 현장에 방문하기 전부터 수중수색 작업 방향이 정해진 상태였고 임 전 사단장의 의견으로 인해 작업에 변화는 없었던 점으로 보아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수중에 다 들어가지 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수색하라고 말한 내용이 적힌 참모의 업무 노트 등 증거가 존재한다는 점도 무혐의의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당시 포병대대를 지휘하고 작전통제권을 가졌던 육군 50사단장에게도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봤다. 50사단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았다.

50사단장은 11포병대대장으로부터 수색작업의 위험성 등에 대해 전혀 보고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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