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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유인촌 "블랙리스트, 대단한 손해 끼치지 않아…내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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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았던 용호성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그렇게 대단하게 손해를 입거나 해를 끼치지 않았다"거나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지만 제가 피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8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용 차관 임명 문제를 겨냥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유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차' 풍자 만화 문제를 언급한 뒤 "옆에 계신 용 차관이 잘 알고계실 텐데, (문체부) 책임심의위원 구성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행위가 있었다"고 용 차관을 에둘러 겨냥했다.

강 의원은 이어 용 차관에게 직접 "2022년 7월 22일 이후에 표창장이나 혹은 훈장 같은 것을 받은 적 있느냐"며 "블랙리스트 사건 징계위원회에서 '불문경고'를 받았는데, 불문경고를 당하면 인사기록카드 등재가 되고 정부 포상추천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지금 차관이 되신 걸 보니 표창장으로 (징계를) 상계한 것 아니냐. 표창 안 받으셨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계시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유 장관을 상대로 "용 차관 임명에 찬성했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문화부에 그렇게 된 분(블랙리스트 연루자)이 190명"이라며 "저는 찬성하고 말고가 없다. 인사는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니"라고만 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용 차관은 블랙리스트 백서에 수차례 언급되고 조사위가 수사의뢰를 요구한 3인 중 하나"라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이고, 문체부로 문화예술계 배제 인사 명단을 전달한 바도 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결론도 '혐의 없음'이 아니라 '사실 여부에 대한 의견 상충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였다. 용 차관이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된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인사는 메시지"라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용 차관이 이번에 임명됨으로써 피해자들이 느끼는 정서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피해자들은 이것을 본인들에 대한 조롱, 우롱, 모욕으로 느낄 수 있다"며 "유 장관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강유정 의원의 질의 내용을 겨냥해 "'윤석열차'는 당초 문체부 후원 승인 시 '정치적인 소재는 수상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위배했기 때문에 조치가 취해졌던 것"이라며 "(용 차관이 받은) '불문경고'는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부분이고 말 그대로 '경고이지만 불문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크게 인사상에 불이익이 없고, 특히 정무직 임용과 관련해서는 관계가 없다"고 반론했다.

정연욱 의원도 "블랙리스트라는 것 자체는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나쁜 회유이지만, 이 부분이 혐의로 적시되려면 검찰 수사에서 명백한 결과가 나와야 되는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그런 게 없지 않느냐. 그 부분을 다툴 수는 있어도 완전히 범죄인으로 낙인찍는 것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니냐"고 용 차관을 감쌌다.

유 장관은 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블랙리스트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실제로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게 어느 한 쪽이 손해를 입거나, 어느 한 쪽이 대단하게 해를 끼쳤다, 이렇지는 않다"고 했다.

유 장관은 김재원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상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 저"라며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시죠? 제가 피해자이다.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지만"이라고 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영논리에 따라 있어왔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니 믿어달라", "미래를 향해 같이 나가자"고 강조했다.

당자사인 용 차관은 "검찰 조사 2번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감사원 감사도 2017년 상반기에 6개월 정도 받았는데 그때도 대부분 저에게 질의했던 부분이 다 소명돼서 감사원 감사 결과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불문경고는 징계의 종류가 아니라 징계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경고 또는 주의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용 차관은 다만 이기헌 의원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제가 그 당시에 어떤 역할을 했든, 어떤 맥락이 있었든 간에 그 일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있고 피해받은 분들이 있다면 그 시기에 문화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로서 저는 당연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자숙하며 살아왔다. 지금이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과드리겠다"고 거듭 유감을 표했다.

한편 유 장관의 '대단한 손해가 없었다', '내가 피해자' 발언과 관련, 이기헌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에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고 실제로 그 피해가 존재했었다"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이 (유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까. 문화체육관광 진흥 책임자인 장관께서 표현이 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돼 대학 졸업 후 20년 만에 감독 데뷔를 했지만 그 이후 10여 년간 영화 제작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영화감독의 사례를 언급하며 유 장관에게 유감 표명을 요구했고, 유 장관은 이에 "제가 그런 피해자라는 입장이 아니고, 실제로 이것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계속 발생한 일이고 그런 면에서 저도 많이 잘렸고 배제됐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 "지금 말씀하신 그 감독님도 나중에 저한테 자료를 주시면 제가 한 번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편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겨냥한 질의나 자료요구를 하기도 했다. 민형배 의원은 "청와대 개방 2주년 행사로 있었던 우크라이나 아동미술전의 상세 내역 자료를 달라"고 유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 야당 의원은 KTV가 국가기관이고 직원들은 공무원이어서 저작권법상 작성기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야권 성향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38건의 김 전 대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고소·고발 조치까지 했다면서 "KTV가 김건희 TV냐", "어떤 정부가 KTV 자료화면 썼다고 고소를 하느냐. (이는)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처음", "고소장 썼던 변호인 은 최○○로 현재 김건희(전 대표) 변호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프레시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유 장관 바로 옆(사진에서 뒤쪽)에 앉은 이가 용호성 신임 문체부 1차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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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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