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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view] 정부 달래기에도 복귀 불투명…"이젠 전공의 결단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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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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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남은 유화책을 다 꺼내 들었다. 의료 현장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조치가 "원칙에서 후퇴한 면죄부 주기"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지만, 복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8일 정부가 발표한 유화책은 두 갈래다.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도 면허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와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해 즉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련규정 특례 적용이다. 지금은 1년 안에 같은 전공,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전문의 시험을 한 차례 더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필요하면 추가 시험(7월)을 볼 수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월 응시, 추가 수련'이라는 극단적 유화책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처럼 '엄정 대응', '불법행위' 같은 강한 용어를 다 뺐다. "대한민국의 귀한 재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고 전공의를 추어올렸다. "더는 주저하지 말고 결단해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했다. 이어 주당 근무시간 축소(80→60시간), 연속근무 상한 축소(36시간→24~30시간) 시행 방침을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에만 매달리게 하지 않고 전공의가 지역의료·공공의료·전문진료·1차 진료 등을 두루 경험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복귀 데드라인을 이달 15일로 못 박았다. 9월 추가 모집에 필요한 병원별 결원을 15일 확정하고 22~31일 모집에 들어간다. 8월 선발시험이 있다. 221개 수련병원장은 전공의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사직 여부를 확인하거나 일부 병원처럼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이도 아니면 일괄 사직 처리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결원을 확정하지 않는 병원은 지금 상황이 문제없다는 의미로 간주해서 전공의 티오(TO)를 감축할 방침"이라며 "더이상 연장은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여전히 냉소적이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정부 대책이 나왔어도 다들 필수의료 과(科)로는 절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공의 없이 돌아갈 수 없는 의료시스템에선 정부가 엄포를 놓아도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행정명령 취소는 아니지만, 미복귀 전공의에 행정처분하지 않는 건 (정부가) 반보 전진한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전공의 신뢰를 얻기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빅5' 병원 보직교수 B씨는 "이번 대책으로 병원이나 과를 옮겨서 복귀하는 전공의가 일부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 필수분야보다 인기 과로 갈 듯하다. 그리고 많이 움직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상당한 '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2년 차 전공의가 지난 2월에 이탈했다면 지난 1년 수련 기간도 인정받지 못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년 수련을 수료하려면 2월 29일까지 수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공중보건의(36개월)에 입대해야 하고, 복무 후 전공의가 되려면 1년 차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 의사 파업 때 행정처분을 취소하더니 이번에도 의사에게 밀렸다고 지적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8일 성명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우려되지만,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규홍 장관은 "중증·응급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이며,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고심 끝에 결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제는 전공의가 결단할 시기"라고 말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고, 전공의에게 공이 넘어갔다"면서 "우선 병원으로 돌아온 뒤 의료개혁특위 등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공의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2026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추계방안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전공의가 환자들을 위해 빠른 복귀 결정을 내려주길 바랄 뿐이다.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섰으니 전공의도 조금이라도 양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남수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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