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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AI로 다크웹 범죄 정보 잡아내는 ‘세계 유일한 보안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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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사이드] (3) ‘AI 보안’ 스타트업 S2W

지난 3월 ‘다크웹’의 한 해킹 커뮤니티에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다크웹은 별도의 특수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으로 사이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의 내용은 국내 대기업 관리자 계정을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받고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관리자의 계정이 뚫리면, 기업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될 수 있다. 이 글은 거래가 되기 전 국내 보안 스타트업 ‘에스투더블유(S2W)’가 개발한 다크웹 전용 인공지능(AI) 보안 프로그램에 걸렸다. 서상덕(49) S2W 대표는 “해당 계정을 검증한 결과 실제 내부 정보를 담당하는 직원의 아이디로 확인돼 고객사에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이런 관리자 계정이 유출되면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제조 생산라인과 유통사 결제 시스템을 모두 셧다운(폐쇄)시켜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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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이버 범죄를 전문적으로 탐지·분석하는 AI 보안 스타트업 S2W의 서상덕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사무실에서 보안 기술이 구현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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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후 클라우드(원격 컴퓨팅)와 원격 근무로 기업 보안이 취약해지면서 사이버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주고받는 AI 산업이 팽창하면서 사이버 범죄 규모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 같은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다크웹이라고 불리는 ‘어둠의 인터넷 공간’이다. 최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서 대표는 “다크웹에선 두 달에 한두 건씩 국내 기업이 연루된 범죄 정보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크웹 같은 사이버 범죄 등에 연루된 가상 자산만 242억달러(약 33조원)에 달한다.

서 대표가 대학 동기인 신승원 카이스트 교수와 2018년 공동 창업한 S2W는 글로벌 사이버 범죄의 중심지로 떠오른 ‘다크웹’을 파헤치는 기술력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보안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1년에는 인터폴과 다크웹 위협 정보 분석 협정을 체결하며 국제 사이버 범죄 수사의 한 축을 맡게 됐고,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런 S2W를 지난해 세계 100대 기술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서 대표는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경찰청 같은 주요 공기관이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같은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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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세계 최초 다크웹 전용 AI 개발

S2W의 시작은 카이스트에서 이뤄지던 보안 연구 프로젝트였다. 서 대표는 “사이버 보안을 전공한 신 교수가 다크웹 정보를 수집·분석하던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연구에서 끝낼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경영을 해본 저와 신 교수, 박사 제자 3명이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한때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티맥스소프트의 개발자였던 그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딴 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사외벤처기업까지 설립한 경험을 갖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S2W가 보안 시장에서 빠르게 이름을 얻은 배경은 그만큼 다크웹을 제대로 추적하는 보안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다크웹에서 접속 가능한 활성 사이트만 50만~100만개에 달하는데, 새로 생긴 사이트까지 탐지하는 기술력을 갖춘 건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했다. 다크웹은 접속용 특수 인터넷 브라우저를 설치한 불특정 다수 이용자들의 컴퓨터를 자원으로 쓰는 분산 네트워크 망을 가져 구조가 복잡하고 추적이 쉽지 않다. 서 대표는 “카이스트 연구 시절부터 장기간 다크웹을 구성하는 주요 노드(네트워크 연결점)를 추적·분석해오며 기술적 노하우를 쌓았다”며 “이후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에 적용해 막대한 양의 다크웹 데이터를 자동으로 탐지·수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I 시대 피싱 범죄 더 횡행할 것

S2W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다크웹 전용 AI 언어모델 ‘다크버트’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사이버 보안 예방책과 구제책까지 제시해주는 AI 모델 ‘사이버튠’을 세계 3대 인공지능 학회로 꼽히는 ‘북미컴퓨터언어학학회’에서 발표했다. 서 대표는 “다크버트의 경우 다크웹 약 600만 페이지(2.2TB) 이상을 학습시켰다”며 “각종 정보 유출 사이트를 탐지할 수 있고, 배우지 않은 단어라도 맥락상 범죄 용어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보안 업계에선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로 개인 정보를 활용한 사기 범죄(피싱)가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한다. 서 대표는 “AI는 상대(내부자)를 속일 수 있는 사회공학적인 해킹 콘텐츠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며 “외국어를 어색하게 번역하는 문제도 해결된 만큼 글로벌 피싱 사기가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크웹(Dark Web)

일반적으로 익스플로러나 크롬 등으로 접속 가능한 인터넷과 달리 별도의 특수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인터넷 공간을 말한다. ‘토르(Tor)’ 같은 전용 브라우저는 트래픽을 암호화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접속 위치(IP)를 추적하기 어려워 사이버 범죄 등 불법행위에 흔히 이용된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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