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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대장이 수중 수색 지시… 임성근 과실치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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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임 혐의 없음” 불송치

당시 여단장 등 6명은 송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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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8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던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 원인이 된 수중 수색 지시는 임 전 사단장이 아닌 최모 11포병대대장에 의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임 전 사단장에게는 실종자 수색 작전의 지휘·통제권이 없었고, 일반적인 점검이나 지시를 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병대1사단 박모 7여단장과 최 대대장, 채 상병 소속 부대장인 이모 7포병대대장 등 6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경찰 수사 결과, 작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이뤄진 실종자 수색 작전은 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진행됐다. 이 중 군의 전체 지휘권은 육군 50사단장에게 있었고, 해병대는 박 여단장이 현장 지휘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박 여단장이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지시한 것을, 최 대대장이 “우리는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며 잘못 지시해 수중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수해 현장의 지휘 계통에서 빠져 있어 구체적인 위험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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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사단장 아닌 대대장 지시가 사망 원인”

이번 경찰 수사의 핵심은 임 전 사단장의 과실 여부였다. 경찰은 “최 대대장이 (사고 전날)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고 지시한 것은 부대원들에게 사실상 수중 수색을 하라는 뜻으로 전달됐다”며 “실제 수색 당일 허리 높이의 수중 수색이 이뤄졌고, 채 상병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 대대장은 선임 대대장이어서, 채 상병이 소속된 7포병대대에도 같은 지시가 전파된 것이다.

경찰은 또 임 전 사단장이 현장 지휘관이던 박 여단장에게 (수중 수색 등) 수색 지침을 변경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는 점,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는 관계가 아니었던 점, 수중 수색 사실 등을 보고받거나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언론이 지적한 임 전 사단장의 ‘바둑판식 수색’ 지시는 “군사교범상 꼼꼼한 수색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고, ‘가슴 장화를 지원하라’는 지시에 대해선 “여단장 건의에 따른 점, 앞선 수해 복구 현장에서도 가슴 장화를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 대책 소홀에 대해선 “구체적인 실종자 수색 구역, 방법 등은 육군 50사단장의 지시로 박 여단장이 소방과 협의해 결정됐기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의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임 전 사단장이 사고 전날의 수중 수색 사진 1장을 카카오톡으로 보고받고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답한 사실을 근거로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보고받은 수중 수색 사진은 수색 지침을 잘못 이해한 포병대대장이 1시간가량 일시적으로 ‘장화 높이 수중 수색’을 할 때 언론에서 촬영해 보도한 것으로 이후에는 그런 수색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언론에 보도된 임 전 사단장의 대답은 그가 말한 전체 9개 문장 중 한 문장으로, 전체 내용은 공보 활동 관련 당부였지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을 지시하거나 인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채 상병 사고 이틀 전 지휘권이 육군 50사단장에게 넘어가 임 전 사단장에겐 수색 작전과 관련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의 지시는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실종자들을 수색‧구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을 뿐, 부대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일부 작전 관련 지시가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도, 이는 형사 처벌이 아닌 내부 징계 등으로 조치돼야 한다”고 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우중 수색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박 여단장이 육군 50사단장 승인을 받아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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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진짜 특검 해야” VS “초동 조사 잘못”

이날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박 전 단장 측은 반발했다. 박 전 단장 변호인단은 “바둑판식 수색 정찰은 수중 수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임 전 사단장의 변명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면서 “경찰 수사 발표는 특검이 왜 필요한지 잘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전 사단장은 “그간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경찰 발표와 다르게 허위 사실을 발표한 이들(언론 등)은 조속히 정정하라”고 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변호인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판단이 틀렸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면서 “이첩 보류 지시와 재검토로 오류를 바로잡은 국방장관의 지시는 적법하고 정당한 행위였다”고 했다.

◇‘조사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 중

채 상병 사망 이후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경찰이 이날 결론을 내린 사망 사고 책임에 관한 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조사 외압’ 의혹 수사다.

이 사건은 작년 8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가 상부로부터 보류 지시를 받았고, 이를 어기고 이첩한 자료를 국방부가 경찰에서 되찾아오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당시 국방부는 지시를 어긴 박 전 단장을 항명죄로 기소했으며, 임 전 사단장 등을 빼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해 조사 기록을 재이첩했다. 이 즈음 이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 격노설’ 등으로 의혹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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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실종 해병대원 수색 당시 모습 - 해병대원과 소방대원들이 작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린 채수근 해병대 상병을 수색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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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의 핵심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자료 회수가 부당한 개입인지 여부다. 또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재조사를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이 되는지도 쟁점이다.

그러나 이날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법조계에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가 무리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든, 국방장관이든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무리하다고 판단해 보류를 지시한 것이어서, 정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 돼버렸다”며 “부당한 외압이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외압 수사는 이 전 장관의 지시가 정당한 지휘권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핵심이지만, 경찰 수사 결과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장관이 이첩 결재를 했으니, 보류 및 취소(회수)할 권한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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