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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수출했다더니"…기술 '반환' 사례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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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아리바이오 1조원 단위 이상 기술수출

큐라클·올릭스·보노로이 잇달아 기술 반환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외국 기업을 상대로 연달아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한편, 기술이 반환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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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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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동안 총 7건의 기술수출 관련 계약을 체결하며 4조5000억원(비공개 기업 제외) 상당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2건(약 2조9000억원) 대비 5건이 줄어들었으나, 수익 규모는 55% 정도 증가했다.

◇ LG화학이 첫 스타트…HK이노엔·아리바이오 등 수천억원에서 1조원 대 규모 수출

올해 첫 기술수출을 알린 회사는 LG화학이다. 지난 1월 미국 기업 리듬 파마슈티컬스(Rhythm Pharmaceuticals)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희귀 유전비만 의약품 후보물질인 'LB54640'의 개발·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은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원)이며, 개발‧상업화 등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최대 2억5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다. 상업화 시, 리듬 파마슈티컬스가 판매한 제품의 연 매출에 따라 로열티를 별도로 받게 된다.

7건의 기술수출 중 규모가 가장 큰 건은 HK이노엔과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3사가 공동 개발한 후보물질인 'IMB-101(OXTIMA)'에 대한 계약이다. 규모는 총 9억4475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로, 지난달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주도로 미국 내비게이터 메디신(Navigator Medicine)에 기술을 이전했다.

IMB-101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설계된 이중항체다. OX40L과 TNF-α(종양괴사인자-α)를 동시에 억제함으로써 염증 반응을 줄이고, 자가면역질환의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한다. 여기서 OX40L과 TNF-α는 각각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IMB-101은 2016년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공동연구를 통해 도출된 뒤, 2020년 8월 HK이노엔의 항체 연구팀이 창업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이전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개발됐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연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은 아리바이오가 체결했다. 회사는 지난 3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AR1001'의 중국 판매 독점권을 7억7000만 달러(한화 약 1조200억원) 규모로 중국 제약사에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는 비공개다.

계약에 따라 아리바이오는 선급금 1200억원을 포함한 임상 개발·허가 단계별 기술료와 향후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된다. 선급금은 '반환 조건이 없이' 확정된 것으로, 이는 해외에서 AR1001의 가치와 시장성을 인정받은 사례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AR1001은 현재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는 올해 2월 임상 3상이 시작됐고 영국에서도 임상 3상에 대한 시험계획을 허가받은 상태다.

이 밖에도 알테오젠과 넥스아이, 지놈앤커퍼니, 에이프릴바이오가 연달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의 가치를 높였다. 이들 기업의 수출 규모는 최소 5750억에서 최대 6550억원이다. 다만 넥스아이의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를 포함하면 수출 규모는 더욱 높다.

◇석 달 사이 큐라클·올릭스·보노로이 기술이전 권리반환 통보받아

반대로, 과거 기술수출됐던 후보물질들이 반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씨셀은 지난달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Artiva Biotherapeutics)와 글로벌 제약사 MSD(미국 머크)가 맺었던 'CAR-NK(키메릭 항원 수용체 자연살해세포)' 치료제 3종에 대한 공동연구 개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2021년 1월 아티바가 MSD와 체결한 것으로, 총 2조5800억원 규모였다. 당시 아티바가 MSD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수주했고 지씨셀은 아티바와의 계약을 통해 연구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MSD가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아티바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지씨셀과 아티바 간 연구용역 계약도 잇달아 해지된 것이다. 지씨셀은 계약 해지에도 아티바와 CAR-NK 플랫폼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바이오 기업인 큐라클과 올릭스도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 오픈이노베이션(THEA Open Innovation)과 과거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5~6월 차례대로 권리를 반환받았다. 두 회사 역시 반환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 개발로 전략을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큐라클은 지난 5월 떼아로부터 당뇨성 황반부종 및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인 'CU06' 기술이전에 대한 권리반환 의사를 통보받았다. 회사는 2021년 10월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CU06 판권을 떼아에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600만 달러(한화 약 82억 원), 단계별 기술료 1억5750만 달러(한화 약 2100억원)였다.

올릭스의 경우,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건성·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OLX301A'와 습성 황반변성·망막하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 'OLX301D'를 각각 수출했었다. 당시 두 후보물질의 계약 규모는 총 1억6695만 유로(한화 약 2481억원)이었다.

지난 4월에는 보노로이가 미국 바이오 기업 메티스 테라퓨틱스(METiS Therapeutics)로부터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인산화효소 저해제의 기술 반환 통보를 받기도 했다. 2022년 9월쯤 계약이 체결됐었으며, 규모는 최대 4억8220만 달러(한화 약 6600억원) 상당이었다.

◇"위기 아닌 기회"

그러나 이러한 기술·권리반환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5년 프랑스 기업 사노피(Sanofi)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이전했다가 반환받았으나, 이후 체중 감소 및 혈당 조절 등 효과가 확인되면서 현재 이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비만약으로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권리가 반환됐을 때 후보물질 등을 더 개발할 수 없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상대 회사가 전략을 변경하면서 기술을 반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후에도 다른 기업을 찾아 연구개발을 진행하거나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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