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에 여론의 사퇴 압박까지 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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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는 매일 쏟아지는 워싱턴 소식 중 중요한 뉴스들만 콕콕 짚어드리기 위해 '톡톡! 워싱턴 모뉴먼트' 코너를 신설합니다. 워싱턴의 상징물(모뉴먼트)처럼 오늘의 뉴스를 한눈에 보실 수 있도록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이 깔끔하게, 깊이 있게,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9일(현지시간) 공개된 '쿡 폴리티컬 리포트' 분석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포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처참한 패배로 끝난 지난달 대선 토론 이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6개 주에서 판세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리포트는 미네소타·뉴햄프셔·네브래스카 제2 하원 선거구 등 3곳을 '민주당 유력(Likely)'에서 '민주당 우세(Lean)'로 변경했다. 또 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 등 3곳을 '경합(Tossup)'에서 '공화당 우세'로 바꿨다.
선거의 당별 지지도는 확실(Solid), 유력, 우세, 경합 등 단계로 나뉘는데, 대선 토론 이후 6개 주의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하게 바뀌었다는 의미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다양한 선거 자료를 바탕으로 족집게처럼 결과를 맞히는 것으로 유명해 여느 분석보다 무게감이 있다. 정치 매체 더힐에 따르면 에이미 월터 쿡 폴리티컬 리포트 편집장은 "바이든은 토론 전에 지고 있었다. 이제 그는 조금 더 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7일 대선 토론 직후부터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버티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대선 토론 후 2주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미국 언론들의 집중포화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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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여론은 뉴욕타임스(NYT)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NYT가 백악관 출입 기록을 인용해 파킨슨병 전문의인 케빈 캐너드가 8개월간 8차례 백악관을 방문했다고 보도한 것이 결정타였다. 이 기사로 인해 바이든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의 최대 이슈는 우크라이나 지원책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건강이 되고 말았다. 자연히 바이든 대통령 측과 NYT의 감정 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를 지지하는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 의원(펜실베이니아)은 본인의 엑스(X) 계정에 NYT 기사를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저널리즘이 복수가 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 NYT가 백악관과 빚었던 갈등에서 쌓인 감정이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바이든의 고령을 숨기기 위해 일정과 동선을 제한하고 개인적인 접촉을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거의 대부분 매체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이 지속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이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고 읍소할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집중포화의 돌파구를 나토 정상회의에서 찾고자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선 '투사' 이미지로 대중의 시선을 바꾸려 했다. 정상회의, 노동계와의 만남, 미시간 방문 등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며 건강 관련 이슈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당대회에서 도전하라"는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질 바이든 여사 또한 "나도 선거에 올인하겠다"며 대선 출마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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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심' 없이는 대선후보 교체가 쉽지 않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다음달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지만, 오하이오주는 각 당 대선후보를 다음달 7일 이전까지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후보를 확정해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만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전당대회에 앞서 후보 선출을 먼저 하는 '가상 롤 콜'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측이 '중대한 시점'으로 꼽았던 이번주가 고비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주 이후 여론조사의 향방에 따라 당 안팎에서의 도전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마이클 베닛 민주당 의원(콜로라도)이 상원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하면서 꺼져가는 사퇴 요구에 다시 불이 지펴진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이어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TV토론 재대결과 18홀 골프 시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 대한 공격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만약 바이든이 조금이라도 유능한 사람을 선택했더라면 그들(민주당)은 수년 전에 그를 쫓아냈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데에는 선거자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캠페인과 DNC, 각 주 민주당 등이 보유한 현금은 6월 30일 기준 2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이든·해리스 선거대책위원회가 보유한 계좌의 자금은 5월 30일 기준으로 9100만달러 수준이다.
이 자금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게 속해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지명된다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금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다른 인물이 후보가 돼도 이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고 보도했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과 유색인종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백인인 그레천 휘트먼 미시간주지사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벤딕슨&아만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에서는 42% 대 43%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지만,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에서는 42% 대 41%로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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