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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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 국방부가 지난 6월 검토를 마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공동지침 문서를 추인했다. 기밀 사안으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해당 지침에는 북한이 선제 핵 공격에 나섰을 때 한·미가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체계를 통합해 북한에 응징 보복을 가하는 절차와 양국 무기체계 통합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더한 통합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NCG는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한·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선언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다. 워싱턴선언은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군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국과 그 방안을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한반도 핵 운용에 있어서 한·미가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시스템이 구축됐다”면서 “양국 정상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모든 핵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한·미·일 정상 회동 뒤 약 8개월 만이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준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격상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동에 참석해 북·러의 불법적 군사협력에 맞선 국제공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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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IP4 정상회동 참석…“북·러 규탄” 공동성명 결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아래 줄 오른쪽 일곱째)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주최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 공식 환영 만찬 리셉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층 가운데 발코니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김 여사, 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부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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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4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공감을 표하며 ▶인도·태평양과 유럽 평화의 안정을 해치는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 강력 규탄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등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군사·경제 협력 엄중 우려 ▶북·러의 모든 유엔 안보리 위반 행위 즉시 중단 촉구 등이 담긴 4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IP4 정상은 회의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IP4 정상회동을 개최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IP4 정상 간 기념촬영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후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토와 인·태 지역 파트너 간의 협력은 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시대적 요구”라며 2025년 나토 우크라이나 신탁기금(CAPTF) 추가 기여액을 전년 대비 2배 증액한 2400만 달러(약 330억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유럽과 인·태 지역의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북·러 군사협력의 철저한 차단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스스로 유엔 체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나토 간 군사협력 강화 및 정보 공유 방안도 발표됐다. 특히 양측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북한제 무기에 관한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는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 양측은 또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러북 군사협력은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국제사회가 단합해 대응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전날 일본, 독일을 포함해 7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한 데 이어 노르웨이 및 영국과의 양자회담도 이어갔다. 5월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또 만나 정말 반갑다”(윤 대통령), “서울에서 뵀던 기억이 생생하다”(기시다 총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양국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 등 군사협력에 우려를 표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러의 밀착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독 정상회의에선 독일의 유엔사령부 가입 환영 인사가 오갔다. 윤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관련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대로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9년 유엔사 가입을 희망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거절했다. 당시 종전선언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부를 지원하는 유엔사를 확대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주재한 나토 정상회의 친교 만찬에 참석했다.
워싱턴=박태인 기자, 이근평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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