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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후보 사퇴 일축했지만…60분 회견서 또 말실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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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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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 최선의 적임자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다른 사람들도 트럼프를 이길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TV 토론 폭망’ 뒤 거센 후폭풍에 휘말린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안팎의 대선 후보직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잘못 말하는 등 이날도 여러 차례 말실수가 잇따라 사퇴론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로 평가받으며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바이든에게는 ‘각본 없는 기자회견’에서 건재를 과시해 건강 이상설과 인지력 저하 논란을 해소하고 후보 교체론을 정면돌파한다는 승부수였다.



‘해리스’ 두고 ‘트럼프 부통령’ 잘못 말해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나는 그(트럼프)를 한 번 이겼고 또 이길 것”이라며 “저는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돼 트럼프를 상대할 경우 어떤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으로 잘못 부른 말실수였다.

이날 앞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여러분, 푸틴 대통령입니다”라고 잘못 소개했다가 바로잡기도 했다. 바이든은 “푸틴을 이기는 것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다”며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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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소개하며 ‘푸틴 대통령’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급히 바로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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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다…필요하다면 신경검사 받을 것”



약 6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바이든의 건강 우려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쏟아졌다. 바이든은 ‘신체·인지 검사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2월까지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세 번의 중요하고 강도높은 신경 검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다. 나는 괜찮다”며 “매일 (국정과 관련해) 내리는 결정으로 신경학적 검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과 전문의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검사를 받을 것을 약속한다. 문제가 없더라도 신경과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 우려가 커지면서 저녁 8시 이후에는 업무 대신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제 말은 매일 아침 7시에 시작해 자정에 잠자리에 드는 대신 조금 더 시간 조절을 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제 스케줄은 꽉 찼지만 트럼프는 골프 카트를 타고 스코어카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한 뒤 “제 (업무 시간) 페이스를 조절하면 된다”고 했다.

TV 토론 이후 트럼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여론조사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저를 찍을 가능성이 있는 지지자와 트럼프를 찍을 가능성이 있는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제가 항상 이긴다”고 말했다.



바이든 “시작한 일 끝마치려 이 자리에 있다”



바이든은 ‘보좌진이 트럼프에 대한 경쟁력에서 해리스가 더 높다는 데이터를 보여준다면 대선 완주 결심을 재고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당신이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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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기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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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유권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완주했다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수십 년 쌓은 자신의 유산에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는 물음에 “제 유산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제가 시작한 일을 끝마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번 나토 회담을 “이보다 더 성공적인 적이 있었느냐”고 자평하며 트럼프 공격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50여 개 국가를 확보했고 한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인도태평양 4개국)와 미국 간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가 다시 나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미 투자 성과 등 ‘한국’ 3차례 언급



바이든은 재임 중 이룬 성과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한국을 방문해 미국 반도체 공장 증설에 200억 달러(약 27조5400억원)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하는 등 이날 회견에서 ‘한국’을 세 차례 언급했다.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생각을 거침 없이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은 “중국이 러시아에 정보·역량을 제공하고 북한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러시아 군사 무장을 돕는다면 그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령 우려와 관련해 ‘2~3년 뒤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도 상대할 준비가 돼 있고 3년 뒤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시 주석을 두고는 “그와는 세계 어느 지도자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직접적 접촉을 재개했고 시 주석과 자신 간에 직통 전화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을 두고서는 “푸틴이 행동을 바꿀 준비가 되지 않는 한 그와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선 “양측 다 (휴전안) 기본 틀에 동의했기 때문에 세부 내용 정리를 위해 제 팀을 그 지역에 보냈다”며 “추세가 긍정적이다. 저는 이 전쟁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하게 답했지만 단어 뒤섞이는 실수”



이날 회견을 두고 현지에선 사퇴론에 기름을 부을 만한 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를 뒤집기에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간혹 답변이 흔들리긴 했지만 외교 정책에 있어서는 깊은 통찰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2주 전 대선 TV 토론과 같은 최악의 순간이 재현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자들 질문에 유창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단어와 이름이 뒤섞이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소 엇갈린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 반응은 엇갈렸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정부 운영 능력을 걱정한 사람들은 이제 안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도 “바이든은 많은 사람에게 그가 반드시 대선에 남아야 한다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제 안심해야”vs“후보 물러나야”



그러나 회견 직후 스콧 피터스, 에릭 소렌센 하원의원은 “우리는 패배의 길 위에 있다”며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로써 이날까지 바이든 후보 교체론을 편 민주당 의원은 하원의원 17명, 상원의원 1명 등 모두 18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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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선거 모금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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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내 영향력이 가장 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최근 대선 향배에 관해 나눈 비공개 대화에서 둘 다 트럼프를 이기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며 우려를 표했다는 CNN 보도가 나왔다. CNN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의 TV 토론 참패 후 ‘나쁜 밤이었을 뿐이다’며 바이든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친구(바이든)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깊어지는 것은 워싱턴에서 최악의 비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익명의 민주당 의원을 인용해 “그들(오바마와 펠로시)은 바이든이 스스로 결단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인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최근 NYT에 바이든 후보 사퇴론을 담은 기고문을 게재한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캠프의 의심이 커졌다는 폴리티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클루니가 친분이 두터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연락해 NYT에 보낼 기고문 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대화를 나눴다는 게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클루니 주장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기고문을 언론에 보내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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