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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일)

달래도 복귀 않는 전공의에 지쳤나... 빅5 "정부 방침대로 6월 사직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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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협의회도 2월 말 처리 입장 변화 기류"
사직 처리 D-3... "추가모집 안 오면 어쩌나" 걱정
다시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복지부, 수사의뢰
한국일보

1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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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 시점을 놓고 정부와 수련병원들이 의견을 달리하는 가운데, 빅5 병원(5대 상급종합병원)이 정부 뜻에 따라 2월이 아닌 6월부로 전공의 사표를 수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하반기 추가 모집을 통해 수련을 재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일괄 사직 처리로 발생할 전공의 결원이 추가 모집으로 보충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은 전공의 사직 시점을 정부 요구대로 지난달 4일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날은 정부가 전공의 집단이탈 당시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한 날이다. 앞서 빅5 병원이 소속된 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올해 2월 말을 사직 시점으로 정하자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들 5개 병원은 협의회 뜻을 따르지 않기로 한 셈이다. 정부와 전공의들이 사직 시점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시점 여하에 따라 정부 행정명령의 적법성이나 유효성이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협의회가 제시했던 2월 29일보다는 6월 4일 이후가 (전공의 사표 수리 시점으로) 더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2월 사직서 수리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 상황에서 병원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입장을 바꿔 6월 사직 처리를 유력하게 논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 처리 시점을 6월 이후로 하자는 건 빅5뿐만 아니라 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협의회가 당초 2월 사직 처리를 제안한 이유는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는데 보다시피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5 병원은 전공의 복귀 기한도 정부 뜻에 맞춰 이달 15일로 정했다. 이들 병원은 전날 일제히 소속 전공의들에게 사직 여부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발송하면서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면 사직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정부 역시 전날 "전공의 사직서 처리 기한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직서 처리로 전공의 결원을 파악한 병원들은 오는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한다.

관건은 전공의들이 사직 처리 기한 내에 얼마나 복귀할지, 사직 처리 후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다. 수도권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사직 후) 대부분 돌아오지 않을 것 같고, 해당 인력이 9월에 충원될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사표를 제출한 2월이 사직 처리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 수련병원의 사표 수리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을 공유하는 '블랙리스트 채팅방'도 다시 생겨났다. 12일 복지부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복귀 전공의와 의대생의 신상정보가 올라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으로 지난 7일 개설된 이 채팅방에는 11일부터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리스트가 게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들은 의료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거나 복귀해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전임의,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의대생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에는 학교, 학년, 병원, 진료과, 연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의 휴진 행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을 포함한 고려대의료원 소속 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경증환자를 회송하고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료 축소에 돌입했다. 다만 동참 여부를 교수 개인의 자율 선택에 맡긴 터라 진료 현장에 별다른 차질은 없는 상태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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