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초당파위원회 보고서 “코로나 19 바이러스, 우한연구소에서 유출”
”독일이 홀로코스트 피해자 보상한 것처럼 중국에 손배 책임 물어야”
데릭 모건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이 7월 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들어 보이면서 이 보고서를 발간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C-SP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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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7월 8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당대 최대 재앙적 팬데믹인 코로나19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다’는 제목을 단 장문의 보고서였어요.
이 보고서는 그동안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 환자 발생 시기도 중국이 주장하는 2019년 12월보다 3개월 이상 앞선 2019년 9월 또는 그 이전일 것으로 봤어요.
헤리티지재단은 중국이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숨기고, 우한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막지 않아 팬데믹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2023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5%에 이르는 18조 달러로 추정했어요.
◇미국 피해 18조 달러로 추산
헤리티지재단은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초당파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인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비롯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다수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출신인 하이디 하이트캠프 전 상원의원,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한 제이미 메츨 WHO 자문위원도 참여했고, 로버트 레드필드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 전문가도 포함됐습니다.
위원회는 코로나 19를 흑사병, 천연두, 에이즈 등에 함께 세계 7대 전염병으로 꼽았어요. 미국인 110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800만명이 사망했고, 수십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90% 이상의 국가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 빈곤 인구가 9700만명이나 늘었다고 해요. 코로나 19가 정점이었던 2020년 세계 곳곳에서 15억명의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도 겪었다고 했습니다.
또 장기간 코로나 19에 감염됐던 환자 중 10~20%는 200가지 이상의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어요.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이들도 적잖다고 합니다. 이 재단은 인명 사망, 소득 손실, 만성질환, 정신 건강, 교육 손실 등을 항목별로 추산해 미국이 총 18조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어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실험실 유출로 보는 3가지 근거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직후부터 정보기관에 코로나 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조사에서도 ‘동물에서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전염됐을 것’이라는 자연발생설과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유출설이 팽팽하게 대립해 결론을 내지 못했죠. 중국이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막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반면, 이 보고서는 연구소 유출설의 손을 들었습니다. 코로나 19 초기에는 야생 동물을 판매하는 화난수산시장 인근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해 이곳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죠. 하지만 이후 조사에서 이 시장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말굽박쥐가 서식하는 중국 서남부 윈난성에서 이곳까지는 1300㎞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어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이 먼 거리를 이동해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었습니다.
위원회는 초기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인근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실험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봤어요. 2019년11월 이 연구소 연구원 3명이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위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이 연구소가 생물안전등급(BSL)-2의 열악한 위생 환경에서 위험한 연구 작업을 진행하다가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으로 분석했어요.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019년9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관리 권한이 중국군에 넘어가고 10여년 동안 계속해온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 기록이 삭제됐으며, 실험실 통풍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이 세 가지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 감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온 지역. 첫 진원지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인근에서 더 많은 환자가 나왔다. /자료=선데이 타임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무책임한 초기 대응, 전 세계 팬데믹 불러
헤리티지 재단은 중국이 코로나 19 발생 초기 발생 사실을 숨기고 제대로 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한 것으로 봤어요. 현지 의료진과 기자, 시민이 전염병 발생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했고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게놈(genome·유전체)을 공개하는 것조차 막았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정(IHR)은 전염병 발생 즉시 각국은 관련 자료를 수집해 WHO에 통보하도록 돼 있어요. 중국은 이 규정 서명국인데도 코로나 19 발생 사실을 WHO에 제때 알리지 않고 은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염병 발생 이후 두 달여 동안 우한에서 전 세계로 나가는 국제항공편을 통제하지 않아 세계 각국에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점이에요. 중국의 무책임하고 불투명한 초기 대응이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었습니다.
위원회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어요. 나치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주도한 ‘클레임 콘퍼런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국제 피해 배상을 주관한 유엔보상위원회 등을 예로 들면서 미 의회가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중국 정부 코로나 19 책임법’을 입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코로나 19 은폐 책임이 있는 중국 정부기관과 기업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 등도 요구했습니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7월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SP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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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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