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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상생 외치던 그 '배민' 어디에…모기업 '수수료 폭탄'에 점주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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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배민의 배신 (上)

[편집자주]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배민이 변했어요…"점주 수수료 40%대 인상" 쥐어짜는 모회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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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항목별 매출 흐름/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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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변했다. 한때 한국 스타트업 역사상 최고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 칭송받았지만, 이제는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최근 50%에 가까운 음식점주 수수료 인상도 배민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경쟁은 거세진 가운데 단시간 내 현금을 챙기려는 독일계 대주주의 의지로 풀이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내달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p) 인상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이른다.

지난 2일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사임, 피테얀 반데피트 임시대표의 선임과 맞물린 수수료 인상 결정은 배민을 소유한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결정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배민에 입사해 김봉진 창업자와 손발을 맞췄지만, 반데피트 임시대표는 2015년부터 DH에서 근무하다 2019년 배민 인수 후 DH 측 인사로 합류한 인물이다.

DH 인수 이후 배민은 폭풍 성장했다. 2019년 364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2년 4241억원, 지난해 69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배달 플랫폼의 특수가 사라지며 우버이츠와 도어대시, 메이투안 와이메이 등이 적자를 냈지만, 배민만은 예외였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70% 이상의 점유율, 그만큼 불어난 점주 수수료 덕분이다. 실제로 점주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민의 '서비스매출'은 2019년 505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7187억원으로 5.4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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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10일 사옥에서 열린 전사발표에서 사내 구성원에게 앱 개편 내용을 알리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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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년대비 서비스매출 증가율은 2019년 69.8%, 2020년 71.5%, 2021년 81.5%로 꾸준히 상승세였지만 2022년 53.9%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2.2%에 그쳤다. 액수로도 2021년에는 전년대비 7069억원, 2022년에는 8491억원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2953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거나, 자칫 역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배달 플랫폼이 일상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고, 음식점주들도 배민 없이는 장사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배민을 쓰는 만큼, 수수료를 낼 새로운 점주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또 경쟁사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경쟁에 불을 붙였고, 라이더 확보를 위한 고비용 구조는 여전하다. 배민의 성장이 더뎌진 이유다.

음식점주 수수료 외 새로운 수익의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B마트' 등으로 이뤄지는 상품매출은 지난해 6881억원으로, 여전히 서비스매출 4분의 1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도 2021년엔 92.8%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4.3%에 그쳤다.

DH는 배민을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40억달러로 평가했다. 당시 환율로도 4조7000억원 이상이다. 최근 투자금 회수에 착수했다.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412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이는 배민의 이익잉여금 72%에 달하는 규모다. 앞으로도 지난해 못지않은 배당이 유력하고, 배민으로선 점주 수수료의 인상 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시장을 혁신하겠다며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기업마저 외국계 대주주를 위한 고배당 목표에 내몰린 것은 안타깝다"며 "더욱이 독보적 1위의 플랫폼 기업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배민 외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희미해진 김봉진과 배민의 "연결"…지분도 인맥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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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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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는 더 이상 김봉진 창업자의 자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디자이너 출신의 재기발랄함으로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을 장악했던 배민이지만, 김 창업자는 매각 4년여 만에 사실상 배민과의 연결고리를 대부분 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유의 '배민다움'을 강조했던 '김봉진의 사람들'마저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13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 창업자의 지분은 0%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배하는 우아DH아시아가 99.0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2019년 말 DH에 우아한형제들을 매각하며 설정한 김 창업자 보유 지분 매각 제한(Lock-up·4년) 시점은 지난해 말로 완료됐다. 이에 2022년 말까지만 해도 8.35%였던 김 창업자의 지분은 1년 만에 우아DH아시아로 옮겨졌다.

예견된 일이었다. 김 창업자는 배민 매각 당시 자신의 지분을 DH에 넘기고, DH 신주를 4년에 걸쳐 나눠받기로 했다. 또 DH와 함께 조인트벤처(JV) 우아DH아시아를 구성했다. JV의 지분 50%는 DH가, 45%는 김 창업자가 보유했다. 또 JV 의장직을 맡아 DH와 함께 아시아 사업의 확장을 추진하며, 배민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김 창업자는 지난해 7월 JV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그는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본다"며 "'우리들의 배민'과 연결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연결마저도 느슨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4년에 걸쳐 받을 예정이었던 DH 지분 규모를 축소해 조기에 수령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배민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아시아권에서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초 김 창업자와 DH의 공감대였지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각국의 배달 플랫폼 사업이 부진해졌고, 이에 따라 JV 내 김 창업자의 역할도 축소됐을 것으로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 창업자가 손에 쥘 매각 대금이 줄어든 것도 변수란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9년 말 60~70유로를 오가던 DH의 주가는 최근 20유로 안팎까지 떨어졌다"며 "당초 받을 대가를 줄여서라도 조기에 이익을 실현하는 게 김 창업자로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창업자는 보유한 DH를 상당 부분 처분하고, JV 지배력도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 측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완벽하게 배민을 지배하게 된 DH 측이 최근 음식점주 수수료 인상 등의 결정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당초 B급 감성 마케팅과 독특한 기업 문화, 꾸준한 기술 개발 등으로 대표됐던 배민만의 장점도 희미해졌다.

과거 배민문화를 기억하고 이어줄 인사들도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김범준 전 CEO(최고경영자)는 네이버(NAVER)로 자리를 옮겼고, 공동창업자였던 김수권 엑스트라이버 대표, 김광수 본엔젤스 파트너 등도 매각 작업에 즈음해 일찌감치 배민을 떠났다. 초기 멤버 중 여전히 배민에 몸담은 이는 한명수 CCO(최고고객책임자) 등 소수로 전해졌다.


"이제 월 350만원 상납, 배민만 돈 번다"…손에 쥐는 돈은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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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힌 10일 서울 시내 배달의민족 배민1 스티커 부착된 한 카페에 배달 기사가 주문한 음식을 픽업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2024.07.10.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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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업주 부담 수수료는 올렸지만 동시에 할인 쿠폰을 뿌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계속 쓸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장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에 끌려가는 거죠."

서울 광진구에서 있는 20평이 안 되는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A씨는 15년 전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전단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는 "배달앱이 없던 시절에는 전단이나 판촉 비용이 월 20만~30만원이었다면 지금 배민에 내는 마케팅비는 250만원까지 늘었다. 8월부터 중개이용료가 오르면 수익은 반토막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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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우동 1일 40그릇(20회 주문) 판매 음식점의 월 배달 부담액/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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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350만원 상납, 배민만 돈 번다

12일 머니투데이가 하루 1만원짜리 우동 40그릇(주문건수 20개)을 배민 주문·배달 서비스를 통해 주문받는 자영업자의 배달 관련 비용을 외식업계를 통해 예측한 결과 종전 월 164만원에서 최근 337만원까지 늘어났다. 배민이 다음달 적용하는 신규 서비스를 적용하면 352만원으로 더 오르게 된다.

그동안 배민은 주문 수수료 정액제인 '울트라콜(가게 배달)'에 이어 정률제인 '배민1플러스'를 신규 도입했다. 울트라콜은 1구좌당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면 개수 제한 없이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깃발이 보여지는 방식이라 콜을 유지하기 위해 매장당 평균 5개 정도를 사용한다. 월 44만원 꼴이다.

반면 배민1플러스는 매출의 7.48%를 가져간다. 하루 1만원짜리 음식을 40개 판매했을 때 수수료는 2만9920원, 한달 기준 약 90만원이다. 여기에 배달료는 별도다. 3000~4500원의 배달료를 라이더에게 지불해야 한다. 또 배민페이를 이용하면 1.5~3%(부가세 별도)의 결제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한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시작하면서 노출순위에 혜택을 주고 무료배달 쿠폰을 뿌리자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1플러스로 갈아탔다. 울트라콜에는 무료배달 주문이 잡히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신규 배민1플러스를 도입하면 또 다른 불공정 제도가 도입될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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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영무씨가 공개한 배달의민족 셀프서비스(사장님 전용 관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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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원 매출에 200만원 남기기도 벅차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치킨·피자 매장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영무씨(38)는 한 달에 순수익 300만원 안팎의 돈을 손에 쥔다. 24평짜리 매장에서 직원 2명과 매달 거두는 매출은 월평균 4000만원인데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 배달앱 수수료, 인건비, 공과금 등을 빼면 남는 금액이다.

김씨가 중개이용료, 배달비, 광고비 등 배민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 매출의 21%다. 인건비(15%)보다 높다. 다음달부터 배민의 수수료 책정 방식이 바뀌면 배민 지불 비용은 더 늘어난다. 김씨는 "중개 수수료가 오르면 배민에 내는 비용이 매출의 25~30%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매일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보여준 배민 셀프서비스(사장님 전용 관리시스템) 화면을 보니 고객 주문 금액(1만9600원)에 중개수수료(1333원), 배달비(2900원), 결제수수료(588원), 부가세(572원) 등을 배민에 내고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1만3297원이 입금된다. 8월부터 인상된 중개수수료가 적용되면 김씨는 건당 수입이 600원정도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13년째 운영하는 B씨는 "지금도 배민에 매출의 30~35%를 내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인데 부담이 더 늘어난다"며 "수수료가 오르면 건당 500~600원을 배민에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한 달치로 환산하면 2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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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요금제 개편안./사진=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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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포장 이용료 낮췄다? 배민배달만 유리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중개이용료를 올리는 대신 업주 부담 배달비와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를 낮췄다는 주장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가 직접 배달하는 '가게배달'이나 포장 주문이 아닌 '배민배달'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자사 우대 행위라는 것이다. 배민은 울트라콜 사용자에게 월 광고비 20%를 환급해주겠다고 했지만 월 주문 50건 미만 업주라는 단서를 달았다. 월 50건 미만이면 사실상 폐업 수순인 매장이라는게 자영업자의 판단이다.

수수료를 많이 떼는 배민배달을 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업주 부담이 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나 양 축소, 품질 저하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다.

김씨는 "인천 지역 건당 배달비는 2900원에서 100원 내리지만 중개 이용료는 600원 오르니 사실상 내는 돈은 500원 늘어난다"며 "개편안이 자영업자에게 혜택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부담이 늘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재료를 쓰거나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앱은 국내에서 3000만명이 쓰는 사실상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인데도 배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만무하다"고 토로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변휘 기자 hynews@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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