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중국이 사거리가 200㎞에 달하는 미티어·PL-15 공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같은 추세가 뚜렷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AIM-174B(SM-6 함대공미사일의 전투기 탑재 버전)를 장착한 미 해군 F/A-18 전투기가 활주로에 머물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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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기존의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F-22·F-35라는 5세대 스텔스기의 우수한 성능에 집중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도 장거리 공대공 전투능력 강화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유럽과 중국에 열세이던 미국이 단번에 이를 만회해 다양한 공격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대공 미사일을 공중전에 쓴다
최근 하와이 일대에서 이뤄지는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선 미 해군의 비밀 프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SM-6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한 F/A-18이 등장한 것이다.
수년 전부터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왔던 SM-6 공중발사구성(ALC)이 베일을 벗은 셈이다.
AIM-174B로 알려진 공대공 SM-6는 F-35에 탑재하기 위해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차세대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 AIM-260과는 별개다.
AIM-260은 현재 쓰이고 있는 AIM-120을 대체하는 미사일로서 미 해군 항공대도 쓸 예정이다. 그런데도 미 해군은 F/A-18에 SM-6를 체계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미 개발 중인 미사일이 있는데도 굳이 SM-6를 장착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SM-6 특성과 미 해군이 처한 환경에 기인한 바 크다.
레이시온 공장에서 생산중인 SM-6 함대공미사일. RTX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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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SM-6는 탄도·순항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미사일로 최대 요격고도 35㎞, 사거리는 370㎞에 달한다.
사거리 3000~4000㎞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 시험과 수상 표적을 겨냥한 대함 공격 시험에 성공했고,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쏜 대함 탄도미사일도 요격했다. SM-3 함대공미사일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다양한 임무에 사용할 수 있다.
AIM은 공대공 기능을 갖춘 무기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전투기 탑재 SM-6가 공중전에 주로 쓰일 것이라는 의미다. 기존의 그 어떤 공대공 무기보다 치명적이고 활용도가 높다.
SM-6 장착 전투기는 초장거리 공격능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미 해군은 냉전 시절 영화 ‘탑건’으로 유명해진 AIM-54 피닉스 미사일로 장거리 공대공 능력을 유지했으나, F-14 전투기 퇴역 이후 이같은 능력이 사라졌다.
SM-6는 미 해군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0여년 동안 사용하면서 성능이 검증됐고, 대량생산이 이뤄져서 운영유지도 쉽다.
미 해군 F/A-18 전투기가 항공모함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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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18에서 SM-6를 발사하면, 400㎞ 안팎의 사거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격추용으로 만든 R-37 공대공미사일(사거리 300~400㎞)과 맞먹는다. 미 해군이 단숨에 초장거리 공격능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전투기는 함정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인다. 이지스구축함에서 SM-6를 발사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고, 돌발적인 상황에 맞설 유연성도 높다.
이는 중국군의 감시정찰 및 원거리 타격력을 약화시킨다. 중국 H-6K 폭격기는 순항미사일과 공중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 DF-17 극초음속미사일도 상당한 위협이다.
미 해군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이들을 요격할 수 있다면, 항모타격단과 상륙함대는 더욱 안전해진다.
중국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 해상초계기 접근을 거부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중국 감시정찰자산이 미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면, 중국 킬 체인도 위력이 반감된다.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는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이 중국을 상대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W-1E 무인기에 탑재되는 항공무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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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의 활동을 견제하고자 대함탄도미사일을 배치한 상태다.
2010년대 초에 만들어진 DF-21D는 사거리가 1500㎞로 알려져 있으며, 2018년에 중국이 존재를 인정한 DF-26은 사거리가 4500㎞로 추정된다. 괌 미군기지를 비롯해 서태평양과 인도양 다수 지역의 미군 기지와 핵항모 등을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가 길고 핵항모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은 유사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다층·복합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함정 탑재 SM-3·6에 F/A-18의 SM-6가 더해지면 미 해군은 최대 3번의 요격 기회를 얻게 되고, 그만큼 미사일 요격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미 해군이 사용하는 협동교전능력(CEC)도 SM-6 ALC가 다른 공대공미사일보다 경쟁 우위를 누리게 해주는 요소다.
CEC는 항공기, 함정, 지상군 화력통제까지 포괄하는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방어능력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전투개념이다. E-2D 조기경보기가 수평선 너머의 적기를 발견해 그 정보를 전달하면, 이지스함에서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는 개념이다.
SM-6도 미 해군 CEC의 일부로서 만들어졌고, 함정 운용 상황에서 CEC에 의한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난 2014년 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한국 공군 F-35A 스텔스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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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18도 E-2D나 F-35C 스텔스기가 탐지한 정보를 전달받아서 SM-6를 발사하면, F/A-18은 적기의 공격을 받을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먼저 미사일을 쏴서 공격을 하는 셈이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적을 공격하므로 생존성이 크게 향상된다. 미 해군에서 이미 쓰고 있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운용해 기술적 검증이 이뤄진 전투기와 미사일을 결합, 단기간 내 시너지를 낸 셈이다.
◆한국도 장거리 공격력 강화해야
미 해군 항공대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IM-9X를 개량한 블럭2를 실전배치, 사거리를 30∼40㎞로 늘렸다. 사실상 비가시거리(BVR) 공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AIM-120·260을 더하고, SM-6까지 추가로 활용해 공중전에서 적군을 타격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치로 확장했다. 이는 적군의 움직임을 견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F-35C 스텔스기와 더불어 비스텔스기인 F/A-18도 운용하는 미 해군 항공대로선 미사일 하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투력 상승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미 해군의 이같은 추세는 한국 공군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KAI 직원들이 KF-21 시제기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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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은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비가시거리 공중전을 한다. AIM-120은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된 미사일이지만,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J-20 스텔스기에 PL-15 공대공미사일을 탑재, 미국과의 장거리 공중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음속의 4배에 달하는 속도로 200㎞를 날아가는 PL-15는 미 공군과 해군 항공대를 위협하는 무기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기를 타격하는 PL-17, 램제트 방식으로 먼 거리를 빠르게 날아가는 PL-21도 서태평양 상공에서의 미·중 공중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공군은 최근 첫 양산을 시작한 KF-21에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한다. 최대 200∼300㎞ 떨어진 표적을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 타격하는 미티어 미사일은 서방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지닌 공대공미사일로 평가받는다.
다만 F-35A에는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중인 AIM-260을 들여올 수도 있지만, 개발 관련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을 도입함으로서 발생할 후속군수지원 소요는 추가 예산 지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티어는 F-35에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다. KF-21에 이어 F-35에도 사용한다면, 운영 및 정비 효율성을 높이면서 공중전 능력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미 해군이 초장거리 공중전 역량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한국 공군도 기존보다 더 먼 거리에서 공대공 교전을 벌이는 개념을 더욱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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