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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콜센터 교육생이 '사장님'? 고용청 24년 만에 "최저임금 안 주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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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처럼 '최저임금 미달' 교육비 주는 콜센터들
부천지청 '교육생=근로자' 판단 "밀린 임금 줘라"
"교육·수습 명목 근로자성 부정하던 관행에 경종"
한국일보

콜센터 교육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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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콜센터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허혜정(가명)씨. '전문 상담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필수 교육을 올해 1월 열흘간 받았다. 하루 7시간 교육인데 교육비는 3만 원. 게다가 통장에 찍힌 금액은 30만 원에서 사업소득세 '3.3%'를 뗀 고작 29만100원이었다.

허씨 사례처럼 그간 콜센터 회사들은 입사 전 교육·연수를 명분으로 교육생을 '프리랜서' 취급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교육비를 지급했는데, 이는 부당한 관행이라 시정해야 한다는 지방고용노동청 명령이 최근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2000년 콜센터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행정해석을 내린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단이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콜센터 업체 '콜포유'에 허씨에게 미지급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근로자' 신분인 허씨에게 통상시급(기본급) 기준 시간당 1만339원을 지급했어야 함에도, 일당을 3만 원만 준 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이에 콜포유는 즉각 허씨에게 임금 차액 56여만 원을 보냈다.

앞서 고용부는 2000년에 '해당 교육이 본래 근로에 준하는 직무교육 성격을 가지고 교육 불참으로 인한 제재를 받는 등 강제성을 띤 경우면 (입사 전 교육생을) 근로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교육이 채용에 필요한 업무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 등을 목적으로 교육의 수료 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 임의성을 띤 경우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이후 콜센터 업계는 관행적으로 교육생을 '입사가 확정되지 않은 채용 과정 중에 있는 사람'으로 보고, 정식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루 7시간 교육 기준 최저임금(올해 기준 6만9,020원) 대신 3만~5만 원의 교육비만 지급하고, 프리랜서에 적용되는 3.3% 세율을 반영했던 이유다.

하지만 부천지청은 허씨 사례에서 '10일 교육은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직무교육 성격을 띤다'고 판단했다. 입사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열흘간 교육을 동일하게 받아야 했고, 교육시간과 장소도 고정됐으며, 교육 기간 동안 비품과 작업 도구도 모두 회사가 제공했다. 교육 기간 실적 또는 평가점수와 무관하게 출석해 교육을 수료하면 일당 3만 원을 입사 후 받았다. 이 같은 정황들을 볼 때 '프리랜서'가 아니라 사실상 회사에 종속된 '근로자'라는 것이다.

허씨 사건을 담당한 하은성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소속 노무사는 "콜센터 교육생 교육비는 임금이 아니라는 업계 관행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관계에 근거한 부천지청의 용단을 환영한다"며 "이번 사건이 고용부의 노동자성 판단 기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권리연구소 윤애림 연구소장도 "교육·연수·수습 명목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지 않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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