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신문에 메시지
핵 합의 주역을 인수委 수장에
오는 30일 이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70).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앞선 유세에서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공약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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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엔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으로 무명의 개혁 성향 후보였던 그는 5일 치른 이란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보수 세력의 견제를 뚫고 예상 밖 승리를 일궈내 30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페제시키안은 12일 이란 영자 신문 ‘테헤란타임스’에 ‘새 세계를 향한 메시지’란 제목의 대외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우린 2015년 선의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가입해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며 “반면 미국은 국내 분쟁에 따라 협정에서 불법 탈퇴하고 우리 경제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줬다”고 전했다. 이란과 서방 간 핵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파기됐는데, 이후 서방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수천만 이란 국민이 빈곤에 빠졌다고 비난한 것이다. 페제시키안은 “이란 국방 정책엔 핵무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미국은 (핵 합의를 파기했던) 과거의 오판에서 배우고 그에 따라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현실을 인지하고,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더는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을 향해서도 “유럽은 2018년 이후 이란과 은행 거래 보장, 대이란 투자 촉진 등 과거 약속을 모두 어기면서도 이란엔 핵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라고 일방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의 ‘자만적 도덕 우월성’이 이란과의 관계를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실책에도 우리 관계를 올바르게 돌려놓을 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보궐선거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였던 그는 선거 기간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그의 대외 관계 기조는 선거 유세 발언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반서방 기조가 강한 보수 기득권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 속에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이란 정치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제시키안은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 당시 대외 정책을 주도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 장관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장직을 맡겼다. 13일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자리프 전 장관은 장관 후보자 검토 등 새 행정부 구성에 대해 대통령 당선인에게 조언하는 ‘전환기운영위원장’으로 최근 발탁됐다. 지난 11일에는 2015년 자리프 당시 장관 아래에서 핵 합의 관련 실무를 맡았던 아바스 아라그치 전 외무 차관이 새 외무 장관으로 낙점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일련의 인사를 통해 페제시키안이 서방과 핵 협상 재가입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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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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