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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트럼프 피격에 ‘흔들’ 바이든…두차례 대국민 연설서 “통합”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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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통합’을 연이어 강조하며 이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에 같은 사안을 갖고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날 피격 사건 직후 머물고 있던 델라웨어 리호보스 비치 경찰서를 빌려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을 포함하면 사건 이후 세 번째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다. 그만큼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국정 지도자로서 책임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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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저격범이 쏜 총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보호 속에 무대를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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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2분부터 6분간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어제 트럼프 집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모두가 한걸음 물러나 우리가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며 “이 나라의 정치적 수사는 매우 과열돼 있다. 이제 열기를 식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그 길을 가서는 안 되지만 역사적으로 걸어 왔다”며 “양당 의원들이 총격의 표적이 됐던 사건, 1월 6일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폭도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배우자에 대한 잔인한 공격, 선거 관계자 정보 노출 및 협박, 현직 주지사 납치 계획, 트럼프 암살 시도 등 폭력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의 폭력성을 규탄하면서도 강성 트럼프 추종자들이 벌인 1ㆍ6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의 폭력성 등을 함께 거론하며 ‘분열의 정치’를 낳은 한 축에 트럼프 책임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분노 대신 품위와 품격의 미국 지지”



바이든 대통령은 극단주의와 분노를 경계하며 투표에 의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작동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에서 의견 불일치는 불가피하지만 정치는 전쟁터가 돼서는 안 되며 신이 금지한 '킬링필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극단주의와 분노가 아닌 품위와 품격의 미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총탄이 아닌 투표를 통해 이견을 해소한다. 미국을 바꾸는 힘은 암살자의 손이 아닌 국민의 손에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5분쯤 시작한 약 3분간의 대국민 연설에서 “어젯밤 트럼프와 통화했다. 그가 잘 지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우리는 하나의 국가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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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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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사건 독립적 조사 지시”…경호 논란 일축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높은 수준의 경호를 받아 왔고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위한 보안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이번 피격 사건과 관련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 위한 독립적 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를 미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공화당은 공개 유세 현장과 불과 약 120m 떨어진 거리에서 저격범이 대선 후보를 향해 최대 8발의 총격을 가한 것을 두고 ‘경호 실패론’을 제기하며 대선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범행 동기나 배후 여부 등에 대해 섣부른 추측을 하지 말기 바란다. 저는 이 사건 수사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며 논란 확산 차단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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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거센 ‘대선 후보 사퇴론’에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맞섰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다시 스텝이 꼬이는 모습이다. 일단 트럼프를 강하게 몰아붙이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를 겨냥한 공격적 선거운동은 부랴부랴 올스톱됐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내용의 TV 광고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캠프 내에선 피격 사건과 관련해 소셜미디어나 공개석상에서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피투성이 얼굴로도 지지자들에게 ‘싸우자’며 강인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와 바이든의 노쇠한 모습이 대비되면서 바이든 후보 교체론이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대선 전략 수정…“트럼프 공격 가능하겠나”



바이든의 대선 전략은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한 고위 인사는 CNN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를 어떻게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주에 그런 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향해 ‘유죄평결을 받은 중범죄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적합 후보’ 등 공격적 언사를 퍼부어 왔지만, 암살 시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대 후보에게 이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기는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당분간 ‘로우키 모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네거티브 캠페인 대신 정책 차별화에 초점을 두고 선거 전략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CNN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겨냥해 최근 몇 주 동안 검토됐던 바이든 캠프의 대응 계획들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맞춰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유죄평결 등을 부각하려던 각종 홍보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피격 사건이 바이든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론의 관심이 트럼프와 공화당 전당대회에 쏠린 사이 바이든을 옥죄던 후보 교체론이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며 “바이든으로선 전열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고 ‘피격 사태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분열의 아이콘 트럼프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국면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밀워키=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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