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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사설]작년 폐업한 자영업자 ‘역대 최다’… 한쪽에선 또 문 여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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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5일 서울시내 한 상점가 폐업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7.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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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역대 최대인 100만 명에 육박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000여 명이었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하던 폐업자가 100만 명 턱 밑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빚으로 연명해오던 자영업자들이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결과다. 지난해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가 절반에 육박했고,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소매·서비스업 등에 폐업자 70% 가까이가 몰려 있었다.

자영업 위기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자영업자 수가 줄긴 했지만 57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취업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인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2∼4배에 이른다.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지다 보니 창업 5년 후 생존율이 23%에 불과할 만큼 경쟁력도 낮다. 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부터 퇴직한 베이비부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치킨집, 맥줏집, 분식집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현실이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 1∼5월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공제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넘게 늘었다. 노란우산은 자영업자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퇴직금인데, 이마저 깨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고금리로 인한 빚 부담까지 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언제 폐업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처지다.

폐업 후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영업자도 1년 새 23% 넘게 늘었다고 한다. 폐업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료·배달비 같은 고정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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