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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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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리스크 커졌는데, 집값 오른다? 위험한 '이상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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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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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시민들이 은행 ATM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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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고가 아파트발發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 집값은 급등할 힘이 없으며, 지금 시장에 개입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6주 연속, 전세가는 60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서울에서 팔린 전체 아파트의 20%는 15억원 이상, 53.9% 이상은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다.

# 그러자 시장 곳곳에서 위험한 신호와 이상한 신호가 동시에 포착된다. 은행들은 부실 비율이 높아졌지만,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을 21조원이나 늘렸다. 그만큼 위험 신호가 커졌다는 건데, 역설적으로 1년 후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자며 6~8년 후에나 매물로 나올 신규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공급론자들의 주장도 다시 등장했다.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울린 이상한 신호다.

# 부동산 시장, 정말 괜찮은 걸까. 마켓톡톡 '집값 이상징후' 두번째 이야기 '위험하고 이상한 신호들' 편이다.

■ 위험한 신호➊ 왜곡=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6주 연속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60주 연속 상승했다(한국부동산원).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전세가와 매매가의 동시 상승을 부동산 시장의 호황 신호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지금 부동산 시장은 호황일까. 따져봐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그중 하나는 전세사기 공포증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전셋값 59주 연속 상승 이유로 "수급 요인으로 전세사기 피해 때문에 빌라에 사시던 분들이 아파트로 이전을 많이 해서 오르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셋값이 우상향하고는 있지만, 그 기울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 전세사기를 피하려는 심리의 위력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전세사기 공포증의 위력은 전세시장보다 매매시장에서 더 잘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주택 매매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74.2%에 달했고, 1년 전보다도 15.5%포인트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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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신호➋ 이상 시그널=고가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른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시그널도 울리고 있다. 은행들이 부실 대출의 증가에도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개월 만에 20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1115조5000억원이었다. 증가폭만으로 보면 1년 전 4조1000억원 증가보다 정확히 5배 늘어났다.

이중 주담대의 급속한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주담대는 올해 1월 4조9000억원 증가를 시작으로 4월 4조5000억원, 5월에 5조7000억원, 6월에 6조3000억원 급증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담대가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급속하고 과도한 증가도 따져봐야 할 이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3조4000억원으로 1년 전 10조4000억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0.50%로 증가했다.

주담대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주담대 부실채권 신규 발생 규모는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5000억원이었다. 주담대 신규 부실채권 규모는 2022년 1분기 2000억원, 2023년 1분기 3000억원, 2023년 4분기 4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부실채권 비율이 증가하자 7월 15일부터 순차적으로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 이상한 신호➊ 기대심리=부동산 급등세의 원인은 모호하고, 부실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데, 시장 안팎엔 '이상한 기대심리'가 흐르고 있다.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해 11월 1차 집값 상승기에 102를 기록했고, 이후 9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4월과 5월 101, 6월에는 108로 상승했다.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100보다 크면 1년 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들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매수자 수도 늘고 있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2023년 8월 46을 기록한 이후 올해 3월까지 20대로 낮았지만, 6월에 47.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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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주택이라는 중장기 대책을 현재 과열된 서울 아파트 시장 해법으로 제시하는 공급론자들의 궤변도 다시 등장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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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신호➋ 공급론자=시장 곳곳에서 '기대심리'가 포착되자, "부동산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규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과열 현상을 중장기대책인 신규주택 공급으로 막자는 주장이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와 매매 가격이 동반 상승하니 주택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지만 대부분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중국과 함께 아파트의 신규 분양을 사전청약으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공급 결정부터 매물이 시장에 나와 가격 하락에 기여하기까지 최소 6~8년이 걸린다. 가격도 과거에는 상한선이 존재했고, 지금도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인 서울 4개 자치구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만이 현재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공급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에 따르면 2015~2020년 신규주택의 평균 연간 공급량은 4%에 불과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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