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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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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족적' 농민회 간사 살해 피의자 20년 만에 법정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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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기간 만료 공소 제기 방침…피의자는 '결백' 주장

기소 시 치열한 법정 공방 예상…참여재판 신청 여부도 관심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씨가 사건 발생 20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될지 검찰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영장 심사 출석한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사건 발생 20년 만에 청구된 가운데 A씨가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4.6.28 jlee@yna.co.kr


2004년 8월 발생 후 장기 미제 강력 사건으로 남아있다가 경찰과 검찰의 끈질긴 수사로 20년 만인 지난달 28일 구속 영장이 발부된 A씨의 구속수사 기한(10일)이 한차례 연장돼 17일 최종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A씨를 살인 혐의로 이날 중 구속기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년 전 영월 농민회 사무실에서 피살된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씨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법정 공방을 통해 드러날지 주목받는다.

◇ 10년 만인 2014년 재조사 후 7년여가 족적 재감정…'99.9%' 일치

이 사건은 2004년 8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염이 한창이던 당시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B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그날 오후 6시다.

발견 당시 숨진 B씨의 모습은 참혹했다.

머리와 얼굴을 둔기 등으로 얻어맞은 듯했고, 목과 배는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머리뼈 분쇄골절 및 우측 경동맥 절단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당시 경찰은 농민회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출입문 셔터가 내려져 있고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숨진 B씨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현금 10만 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었다.

부검 결과와 범행 현장에 나타난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경찰은 원한 관계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주변 인물을 차례로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에 나섰다.

특히 현장에는 여러 점의 족적이 증거로 남았다. 피살사건이 한여름 발생한 만큼 '샌들' 족적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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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방경찰청
[연합뉴스TV 캡처]


경찰은 범행 현장의 족적과 일치하는 샌들의 주인인 당시 30대 후반의 A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선 것은 사건 발생 10년 만인 2014년이다.

면밀한 사건 기록 검토와 분석, 사건의 재구성, '증거(족적)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와 신념을 토대로 7년여에 걸쳐 족적 재감정을 거듭했다.

결국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2020년 6월 나왔고, 수사는 활기를 띠었다.

경찰은 이 분석 결과에 현장 족적의 증명력 보강 등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유력 용의자 A씨를 같은 해 11월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추가 압수수색과 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씨가 영농조합법인 사무실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범인일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6월 25일 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달 28일 영장이 발부됐다.

사건 발생부터 이번 영장 청구까지 20여년간 쌓인 검경의 수사 기록만도 2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족 "이제라도 진실 밝혀지길"…피의자 "이유 모르겠다"

영월 농민회 간사 B씨 피살 사건의 피의자로 20년 만에 구속수감 된 A씨는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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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백합니다"…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사건 발생 20년 만에 청구된 가운데 A씨가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 현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6.28 jlee@yna.co.kr


'사건 추정 시간대 인근 계곡에 있었다'며 자신의 알리바이를 토대로 범행 장소는 가보지도 못한 곳이고 숨진 B씨와는 일면식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A씨는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고, 결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샌들과 관련한 국과수 감정 결과를 보면 피의자 외 제삼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가 내세운 알리바이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족적 등 여러 정황 증거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A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직접 증거 역시 부족한 상황에서 기소 후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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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검 영월지청
[촬영 이재현]


이와 함께 검찰 기소 후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무죄와 결백을 호소할지도 관심사다.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면 재판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이 아닌 춘천지법 본원에서 진행된다.

국민참여재판법상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지방법원 지원 합의부가 배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

20년 전 억울하게 살해된 B씨의 유족은 "한참을 돌고 돌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며 "이제라도 재판을 통해 참혹하게 숨진 형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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