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반대로 입법 성사 가능성은 낮아…트럼프 "대법원에 대한 공격"
미국 연방 대법원 |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수 절대 우위 구조가 된 연방 대법원에 대한 수술을 준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법관에 대한 임기제와 윤리규정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헌법은 연방 대법원을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의 임기에 대해 '법을 지키는 한 계속 재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법 행위로 탄핵당하지 않는 한 대법관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령으로 사망할 때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대법관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향년 87세로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나이 등을 이유로 사퇴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파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후임으로 임명했고, 이에 따라 대법원의 이념 성향 구조가 보수 6명대 진보 3명으로 재편됐다.
취임 선서를 하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좌측 첫번째) |
최근 미국 진보 진영에선 진보 성향 대법관 중 최연장자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69)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된 상태다.
보수성향의 대통령 재임 기간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자리가 비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법원이 더욱 보수화될 수 있으니 차라리 자진사퇴를 유도한 뒤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임 임명을 맡기자는 이야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법관 임기 제한 추진은 이처럼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대법원의 이념 성향 구조가 급변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 3개월간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대법원 개혁안을 검토한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관 임기제 도입과 함께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등 정부 고위직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권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의회 내 개혁파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대법원을 크게 개혁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법원 개혁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공화당 우위의 하원뿐 아니라 민주당이 간신히 우위를 점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헌법 개정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은 뒤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의 주의회가 승인해야 헌법 수정이 확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대선을 방해하고,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고결한 대법원까지 공격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법원을 위해 싸우고, 조국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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