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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7 (화)

[노트북 너머] 공모펀드 직상장의 매력,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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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공모펀드 상장은 공모펀드를 활성화해 국민의 장기 투자를 늘리겠다는 거거든요. 목적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상장공모펀드는 공모펀드 활성화하고 아무 관계가 없거든요.”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공모펀드 상장과 공모펀드 활성화 사이에 긴밀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인 장기 투자 활성화까지 고려하면 관련성은 더욱 희미해진다고 했다. 공모펀드 직상장에 대한 회의감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면서 공모펀드 직상장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공모펀드 활성화=상장’ 공식이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빠르면 연말부터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상장공모펀드를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업계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것은 실효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모펀드는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해야 수익이 난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린치의 마젤란펀드가 총수익률 2700%를 거뒀지만, 단타를 한 투자자 절반이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상장된 공모펀드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클릭 한두 번으로 매매할 수 있다면 장기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다들 MTS 보다가 사고, 팔고, 또 사고…눈에 계속 밟히는데, 저라도 그럴걸요?”라고 한 취재원의 하소연이 사실상 현실화하는 셈이다.

세계은행(WB)의 과거 통계자료만 봐도 한국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약 8개월로, 144개국 중 네 번째로 짧다. 그런 환경에서 상장한 펀드를 투자자들이 얼마나 오래, 그리고 열렬히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상장 초반 반짝 이목이 쏠리다 수익이 잘 나지 않으면 관심이 식기 일쑤일 것이다.

사실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매 정부, 그것도 거의 매년 등장해 온 해묵은 이슈다. 하지만 성공한 적 없이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수탁고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변죽만 울리며 공모펀드 활성화를 기대해 온 지 너무 오래됐다. 상장 같은 특이한 변화보단 근본적 해법이 중요하지 않을까. 최근 인기를 끈 목표전환형 펀드처럼 매력적인 공모펀드 개발을 지원하거나,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에 맞는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내놓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당국의 조금 더 세심한 지원을 기대해 본다.

[이투데이/손민지 기자 (handm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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