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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美민주당 상·하원 1인자도 사퇴 요구…바이든 태도 살짝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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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랜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에 직면하게 됐다.(CNN) "

미국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와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패배' 우려를 표명했다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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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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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머와 제프리스는 각각 민주당 상·하원의 1인자다. 38년째 의원직을 유지 중인 펠로시는 당에 기부금을 많이 내는 '큰 손'들과 가깝다. 바이든의 오랜 우군이자 당 안팎에 영향력이 큰 이들이 등 돌리면서 지난달 27일 첫 대선 TV토론 이후 제기된 바이든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질 전망이다. 당초 이달 22일 예정됐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일정도 '후보 바이든'에 대한 당내 거센 반발로 일주일 이상 미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주춤했던 '바이든 사퇴론'이 재점화된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선거 유세 재개 하루 만에 차질를 빚었다. 확진 소식이 전해지기에 앞서 바이든은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내게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출마를 재고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 완주 의사를 바꿀 징후는 없지만 재선 출마 포기에 대한 논쟁에 보다 수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원 원내대표 사퇴 요구...바이든 재선 가도 치명상



이날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슈머 원내대표와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잇따라 비공개로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고수할 경우 대선은 물론 민주당이 상·하원 선거까지 참패해 공화당이 입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슈머는 지난 13일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 제프리스는 11일 백악관에서 각각 바이든을 만났다.

이날 ABC방송도 슈머가 지난주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게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더 공헌하는 것"이란 취지로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 만남은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13일 오후 6시) 발생 전에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트럼프를 꺾을 최적의 후보"라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원내대표는 그의 대선 완주 의사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지도부마저 사퇴 요구에 가세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가도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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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이를 바라보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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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N에 따르면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트럼프를 이길 수 없으며 재선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 하원 선거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은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는 다른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반발했다고 한다. 11~15일 미국의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한 AP통신·시카고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의 65%가 "바이든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와 관련 백악관은 즉답을 피했다. 펠로시 측 대변인은 "펠로시가 12일부터 캘리포니아에 있어 그 이후론 바이든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펠로시의 측근인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지 심각히 우려된다"며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현지 언론은 이로써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공개 요구한 민주당 의원이 총 20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펠로시는 앞서 지난 10일 현지 방송에서 바이든의 '결단'을 촉구해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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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킴 제프리스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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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도 미뤘다..."논쟁 심화"



이처럼 민주당 내 사퇴 여론이 커지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 일정이 일주일 이상 연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당초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조기 확정 짓기 위해 화상 대의원 투표를 이달 22일에 하려 했다. 그러나 바이든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민주당 지도부도 화상 투표를 8월 첫째 주로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될 경우 자진 사퇴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으로 바이든의 후보 적절성 논쟁 기간이 길어지고 더욱 심화하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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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전 판정을 받은 후 델라웨어 사저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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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소식도 전해졌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며 라스베이거스에서 예정된 연설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격리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이 취임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바이든은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사흘 만인 16일 공개 유세를 재개했다. 백악관은 "경미한 증상"이라고 전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델라웨어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전용기 계단을 오를 때 발을 더듬거리며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령 리스크'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바이든의 코로나19 재감염은 선거 운동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틀 만에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등 선거 운동에 차질을 빚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완치될 때까지 발이 묶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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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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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퇴 논쟁 수용적으로 태도 변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떤 상황에서 완주 의사를 재고할 것인가'란 질문에 "만약 내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대선 레이스 완주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지만, 처음으로 사퇴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5일 그는 "신이 관두라고 하면 관두겠다"며 완주 의사를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 완주 의사를 바꿀 징후가 보이진 않고 있지만 지난 며칠 동안 재선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쟁을 더 받아들이고 있다"며 "바이든이 우려스러운 여론조사에 귀 기울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18일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가 바이든의 '사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이 초안은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서 아름답게 물러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연설문이 아직 바이든 캠프에 전달되진 않았지만,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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