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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수)

통합한다더니 "미친 펠로시" 여전한 트럼프…바이든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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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 주말 피격 뒤 첫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을 예고했지만 선동적 발언과 거짓 주장이 거듭 나오며 변화는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까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재선에 회의적이라는 보도와 더불어 3주째 후보 사퇴 압박을 견디고 있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경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한 뒤 눈에 띄게 온화하고 느린 어조로 통합을 촉구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은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하나의 운명, 공동 운명으로 함께 묶여 있다"며 "나는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설 초반의 상당 부분을 지난 주말 피격 사건을 회상하고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전능하신 신의 은총" 덕에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총에 맞은 뒤 가진 미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연설을 통합을 주제로 완전히 새로 고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설 초반이 지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 평소의 호전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선거 사기 주장을 반복했고 민주당 중진인 전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를 "미친(crazy) 낸시 펠로시"로 칭했으며 불법 이민자 "침략(invasion)"를 끝내겠다고 밝혔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인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는 등 선동적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정부 아래 인플레이션을 비난하며 이를 끝내겠다고 선언했지만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에너지 가격 인상을 비난하고 바이든 정부의 기후 정책을 "녹색 신 사기(Green New Scam)"로 부르며 취임 첫날 화석연료 시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미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시행하고 전기차 활성화도 되돌리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첫날 국경을 닫고 불법 이주를 막겠다고도 했다.

대외 정책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방법 및 방향은 제시하지 않은 채 "현 행정부가 만든" 우크라이나 전쟁 및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대만, 한국, 필리핀과 아시아 전역에 분쟁의 망령이 드리워져 있으며 지구는 3차 세계대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끔찍한 전쟁 및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일어난 전쟁을 포함해 현 행정부가 만든 모든 국제적 위기를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 아래 "이란이 핵무기를 소유하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관련해선 재임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고 강조하며 백악관에 다시 돌아가도 김 위원장과 "잘 지낼 것"이며 "그도 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고 나를 그리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약 93분 길이의 연설은 역대 미국 주요 정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중 가장 긴 것이다.

외신들은 이날 연설이 "횡설수설"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본에 없는 즉흥적 또는 격한 발언이 튀어나오고 선거 사기 주장 등 음모론과 거짓 주장이 표출됐으며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주장에 가까운 정책 구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는 것이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재임 중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는 발언을 포함해 20번 가량 거짓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 제프 그린필드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에서 이날 연설에 대해 "인생이 바뀔 만한 경험을 한 뒤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트럼프였다"며 "이는 타격을 입고 사기가 저하된 민주당에게 이번 주 전해진 하나의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복수의 외신들이 완고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에 관해 숙고하기 시작했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사퇴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고 보도하며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 촉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여러 민주당 관계자들이 사퇴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통신에 "그(바이든 대통령)는 성찰 중이며 나는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다"며 "그는 이에 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보좌관인 또 다른 소식통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러한 징후가 명확해졌다면서 사퇴는 이미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선거 캠페인 관계자인 다른 소식통은 사퇴 관련해 "끝났다. 단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18일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5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길 수 없으며 경선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측근 중 한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곧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후임으로 지지한다는 발표를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전 의장의 결정, 승리가 멀어진 것으로 보이는 새 여론조사, 주요 기부자 이탈이 바이든 대통령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문들이 재선 포기 땐 이를 발표할 최적의 시점과 세부 사항까지 논의하는 데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며칠 내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자택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어서 발표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 측근은 <뉴욕타임스>에 대통령이 아직 경선에서 물러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18일 펠로시 전 의장이 일부 하원 민주당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곧 대선 경선에서 물러나도록 설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세 명의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펠로시 전 의장이 캘리포니아 민주당원들과 하원 지도부 일부 구성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펠로시가 하원의장에서 물러난 뒤 개인적인 정치적 야망이 없어 당 고위 지도자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말을 걱정 없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회의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18일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들을 인용해 최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게 줄었으며 후보직 유지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펠로시 전 의장을 포함해 많은 불안한 민주당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바이든 캠페인의 미래에 대한 대화에 깊게 관여해 왔으며 관련해 자신의 견해 또한 공유해 왔다고 이 전화에 대해 잘 아는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상황이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이며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는 해리스 부통령 주변도 부산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18일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들이 해리스 부통령 본인의 승인 없이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에서 물러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을 이를 대체할 최상위 후보로 만들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 중이라고 이에 참여하거나 이 논의에 대해 잘 아는 5명의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이날 바이든 캠페인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이면서 이러한 시도가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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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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