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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왔는데 왜 익숙하지”…고만고만한 맛집·카페 ‘인스타 감성’은 만국공통?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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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월드 / 카일 차이카 지음 / 김익성 옮김 / 미래의창 펴냄 / 2만1000원


매일경제

카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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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마트폰 속의 또 다른 세상에 산다.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 필터월드(Filterworld)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구글 검색으로 찾아보는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피드에서 읽는 스토리, 스포티파이가 골라주는 음악, 틴더에서 추천해주는 데이트 상대, 인터넷 어디서나 따라다니는 광고까지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해석한 후 그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나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억’이란 꼬리표를 달아 추천하는 이 도구는 인간의 결정을 손쉽게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술 기업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필터월드는 문화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예를 들어 틱톡에서 한때 컴트리 풍의 춤이 유행했는데, 이 춤 덕분에 릴 나스 엑스가 2018년 발표한 ‘올드 타운 로드’라는 곡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스포티파이 특유의 ‘차분한 미드 템포의 구슬픈 팝’의 유행도 필터월드가 만든 히트작이다. 문제는 이 필터월드로 인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장소와 문화가 유행한다는 점이다.

‘뉴요커’의 전속작가인 저자는 2015년 카페에서 필터월드의 효과를 목격했다. 2010년대 프리랜서로 교토, 베를린, 베이징, 레이캬비크 등을 방문할 때마다 황망한 기시감을 느꼈다. 카페는 어느곳이나 흰색 도기 타일로 벽을 마감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에 매달린 백열전구 조명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소위 ‘인스타 감성’의 대표적 특징이다. 이 국제적인 ‘취향의 일치’는 모두 서구 플랫폼이 만들어냈고, 이 기업은 소수의 백인 남성이 지배한다. 다양성의 종말이다.

똑같은 카페들의 유행은 쉽게 시들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동질적인 미학은 더 단단히 자리잡았고 심지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감시 자본주의’는 기술 기업이 우리의 개인 데이터를 빨아들여 돈을 버는 방식이자 관심 경제의 강화다. 이로 인해 개개인은 수동성이 강화되고, ‘좋아요’가 주는 도파민 분출에 중독된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에 몇시간이고 중독되어 스크롤을 하는 ‘숏츠 좀비’들은 이미 도처에서 목격된다.

기술기업들의 폭주는 2018년 틱톡을 기점으로 시작됐음을 짚는다. 개인화가 아닌 전적으로 알고리즘에 기반한 ‘포유’라는 추천 피드를 도입해 5년만에 15억명을 모은 가장 성공적 소셜미디어가 된 것이다. 경쟁사들은 앞다퉈 이를 모방해 인스타그램은 2020년 릴스를, 트위터는 2022년 포유를 도입했다. 그동안 문화영역에서 게이트키퍼와 큐레이터 역할을 담당하던 인간 편집자와 DJ 대신, 이제 우리는 알고리즘이 골라준 것만 섭취하는 편식쟁이가 됐다. 관심도가 문화를 판단하는 유일무이한 기준이 되면서, 문화 전반은 하향 평준화가 됐다. 가장 의미 없는 문화가 가장 높게 추앙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독창성과 전례 없음과 창의성과 놀라움을 사라지게 한다고 고발한다. 이 불안과 권태의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과 싸우려면 먼저 그 조종자의 정체를 이해하고 가짜세상에서 벗어나 진짜세상으로 뛰쳐나와야한다고 조언한다. 그 시작은 소셜 미디어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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