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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근로기준법이 뭐래요?"...노회찬재단이 찾아낸 '투명 노동자' 75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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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6411의 목소리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한국일보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를 함께 쓴 '6411의 목소리' 필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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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순이 넘은 이종천씨는 '자활 근로 참여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자활센터에서 일해 돈을 번다. 10여 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그가 하는 일은 볼펜 조립. 50분 작업에 10분 휴식 주기로 하루 8시간 일한다. 월급은 120만 원 남짓. 최저 임금(올해 기준 시급 9,860원)을 받지 못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 참여자'라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 '투명 노동자' 취급을 받았다.
한국일보

6411의 목소리 지음· 창비 발행·376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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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는 각기 다른 일을 하는 노동자 75명이 쓴 생생하고도 굴곡진 이야기다. 노회찬재단이 "우리 곁에 살아가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회를 마주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공동 저자 이름인 '6411의 목소리'는 노회찬 전 의원이 '새벽 노동자들의 버스'라고 널리 알린 6411번 버스에서 따왔다. 배우 정우성은 책 추천사에서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쓴 이야기를 통해 정치가 바라봐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썼다.

책은 열악하고 왜곡된 노동 환경을 고발한다. 여성 사회복지사 김지영씨는 성인 남성을 부축해 목욕과 화장실 이용 뒤처리를 하는 일이 힘에 부치다. 낮은 급여 등을 이유로 남성 복지사들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을 피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돌봄은 경력단절로 취업 시장 주변부로 밀려난 중·장년 여성에 맡겨진다.

학교급식노동자 정경희씨가 들려준 급식실 풍경은 '병원' 같다. 대구에서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5년 이상 근무하거나 1년 이상 일한 55세 이상 학교급식노동자를 대상으로 폐 검사를 진행했더니 790명이 이상 소견을 받았고 4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초미세 분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타인의 노동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통한 공생과 공존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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