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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트럼프, 대통령 되면 김정은 핵보유 지도자로 대우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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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가 또다시 만날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이자 현재에도 트럼프의 최측근 가운데 한명으로 뽑히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2024년 7월 8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대1 개인 외교를 재개할 것이고 반드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5월 28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아주 좋은 사람'을 대북특사로 지명할 예정이다. 그를 빨리 평양으로 보내 정상회담으로 진전시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역시 북미정상회담에 일관된 소신을 가져왔다. 그는 2016년 대선 후보 당시에도 김정은과의 만남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었다. 이를 두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측에서 '친북주의자'로 몰아붙여도 트럼프는 소신을 꺾지 않았었다. 2024년 대선 유세 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위기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7월 중순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제 북한은 다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우리가 다시 만나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이다. 그 역시 과거에는 북미정상회담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13년 2월에 평양을 방문한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맨에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의 소통과 만남 주선을 부탁했었다. 트럼프를 상대로는 2017년에는 '벼랑끝 전술'로, 2018〜2019년에는 '최대의 칭찬'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했었고, 그 결과 세 차례의 만남과 26통의 친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2019년 여름을 거치면서 트럼프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그 이후 김정은 정권은 '안보는 핵무기로, 경제는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으로, 외교는 중국 및 러시아 중심으로' 삼는 "새로운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선택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에게 '아쉬울 게 별로 없다'는 걸 뜻한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더 이상 북미관계나 트럼프와 자신의 관계를 '갑과 을'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는 거꾸로 트럼프가 자신도 '갑'으로 대우해주면 만날 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비핵화를 약속하고 의제로 삼는 회담이 아니라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위치에서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 그리고 군비통제 회담에는 응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은 채,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핵보유국 지도자로 대우해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또 "지구는 3차 세계 대전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고 진단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만들어낸 모든 국제 위기를 종식할 것"이라며 한반도도 언급했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반도 긴장완화가 북미정상회담의 우선적인 목표라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재집권시 이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최우선적인 외교정책 과제로 삼겠다고 역설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의 대러 무기 제공이 지속되거나 미국이 그렇다고 판단하면, 트럼프는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을지, 아니면 회담의 의제로 삼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김정은으로서도 미국이 비핵화를 앞세우지 않으면 회담을 기피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선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와는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줄곧 밝혀왔다.

윤석열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와 긴장완화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고, "북한의 도발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즉·강·끝'과 미국의 확장 억제 및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만 몰두하다가는 한국이 '패싱'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지난 2018년 6월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진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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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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