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스타레이크, 하노이 새 중심지로 발돋움
LH, 박닌성 동남신도시 추진…소셜믹스로 서민 주거 '레벨업'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전경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한국 기업·기관들이 베트남의 도시 풍경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초부터 30여년간 1∼3기 수도권 신도시 등을 개발해온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신도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047040]은 하노이에서 스타레이크 신도시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하노이의 지도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하노이 인근 박닌성에서 공공 주도의 신도시 사업을 통해 베트남 서민 주거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하노이 스타레이크, 새 행정 중심지·부촌으로 '쑥쑥'
21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부터 하노이 시내에 전체 부지 186만6천㎡ 규모의 스타레이크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베트남 정부 주요 부처 13곳이 입주하는 하노이의 새로운 행정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부처 청사들이 몰려 있는 구도심이 비좁고 청사들이 흩어져 있어서 불편함이 커지자 각 부처가 구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스타레이크 신도시로 청사를 일제히 옮기기로 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와 한국대사관 등 15개국 대사관도 이곳 외곽으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앞두고 있다.
또 총 2억2천만 달러(약 3천60억원)가 투입된 대규모 종합 연구소인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가 2022년 말 문을 여는 등 업무·상업 지구도 착착 채워지고 있다.
호텔신라의 신라모노그램 호텔, 이마트, 일본 백화점 다카시마야 등 대형 매장과 CJ그룹 사옥, 베트남의 대표적 정보기술(IT) 대기업인 CMC, 국제학교 듀이스쿨 등도 들어섰거나 들어설 계획이다.
이처럼 행정·업무·상업 기능이 결합한 신도시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빌라·아파트 분양도 연일 흥행 '홈런'을 치고 있다.
빌라 총 588세대가 2016∼2021년에 6차례에 걸쳐 분양을 모두 마쳤고, 아파트도 2018년 1차 분양(603세대)을 순조롭게 끝낸 뒤 1천502세대 규모의 2차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1차 분양 당시 분양가가 72만∼235만 달러(약 10억∼33억원) 수준이던 빌라는 이제 최고 매매가가 600만 달러(약 83억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베트남 방문단과 함께 스타레이크 건설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1·2차 빌라 분양까지는 미분양이 좀 있었지만, 2017년 3차 빌라 분양부터는 사전청약 단계에서 완판을 기록했다"면서 "분양 이후 현재까지 빌라는 최소 2배 이상, 아파트는 80%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아파트 |
이런 스타레이크 신도시의 대성공에 대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주거·오피스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면서 "그런 수요에 맞춰 스타레이크가 들어서서 베트남에서 최고의 요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의 개발 과정과 관련해 "애초 한국 기업 5곳이 컨소시엄으로 시작했다가 2011년 경기가 어려워지자 나머지 4곳이 대우건설에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갔다"면서 "대우건설이 10여년 동안 적자를 메우면서 시간과의 싸움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전부터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대우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친구나 형제 같은 회사로 인정받아 왔다"면서 "베트남과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타레이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에서도 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캐나다에서도 아파트 개발 사업이 거의 성사 단계라고 덧붙였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
◇ LH, 공공 주도 박닌성 신도시로 '모든 계층 포용'
LH는 베트남 정부와 협력, 하노이에 인접한 박닌성에 '동남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닌성 동남신도시는 2025∼2060년에 박닌성 내 약 850만㎡ 넓이 개발구역에 주민 15만6천 명을 수용하는 4만9천 세대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판교신도시(약 892만㎡)와 비슷한 규모다.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베트남의 급속한 산업화에 대응해 베트남 정부는 현재 43%인 전국 도시화율을 2030년에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2040년까지 베트남에서 2천만 명의 인구가 도시로 추가 유입되는 만큼, 대규모 주택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베트남 서민들의 대표적 거주지인 골목길에 밀집한 재래식 아파트는 비좁을뿐더러 화재 등 안전 문제도 심각해 주거 환경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난 5월 하순에는 하노이의 한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소방차·구조대가 좁은 골목길로 현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이 1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산업단지 노동자·저소득층 등을 위한 사회주택 100만 세대를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동남신도시는 이런 수요에 발맞춰 사회주택 최대 1만 세대를 포함한 현대적 주거를 공공 주도 개발을 통해 공급하게 된다.
사회주택은 월 소득이 약 6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을 위해 동급 일반 주택의 약 반값으로 분양된다고 LH 관계자는 설명했다.
LH는 이달 초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의 방한 당시 박닌성과 동남신도시 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사업을 주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LH는 우선 동남신도시를 집에서 걸어서 15분 이내에 학교·공원 등 필수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 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약 500m 거리를 기준으로 신도시 생활권을 15개로 나눠 주택과 학교 등 각종 인프라를 배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교육 특화 지구 '에듀타운', 수변 공간 '커낼 워크', 신도시 중앙공원과 생활권별 미니공원을 띠 모양 공원으로 연결하는 '에코 링', 비즈니스·스포츠·의료 복합공간인 'BSMC' 등 특화 지역도 들어선다.
특히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 도시 전역을 폐쇄회로TV(CCTV) 네트워크로 상시 모니터링하고 상황 발생 시 관련 정보를 공안·소방서 등 유관 기관과 실시간 공유하는 식으로 안전·치안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박닌성 동남신도시는 수익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부터 중산층·고소득층까지 모두 포용하는 '사람 포용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곧 한국 신도시의 '소셜 믹스' 모델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서민 주거는 안전·치안·위생 등 여러 면에서 아직 열악하다"면서 "동남신도시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통해 모든 계층이 안전·치안 등에서 수준 높은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계획도 |
jh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