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J D 밴스 부통령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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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은 IQ(지능지수)가 70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재선에 도전하려 하고 있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주요 경합주인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금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IQ가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불화와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한 지 이틀 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경쟁 후보에 대한) 수많은 공격은 지난 13일 피격 사건 후 국가 통합을 부르짖던 그의 요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밴스 상원의원과 20일 첫 공동 유세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한 ‘공격ㆍ막말 본능’이 되살아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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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조…펠로시, 개처럼 배신”
트럼프는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교체론과 관련해 “그들은 문제가 여럿 있는데 첫째는 그들의 후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바이든)가 가서 (민주당 대의원) 표를 얻었는데 이제 그들(후보 사퇴론자)은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정당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녀(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가 그(조 바이든)를 팔아먹는 것을 봤는가. 그녀가 개처럼 그를 배신한 것을 봤느냐”고 힐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는 다시 ‘사기꾼 조(crooked Joe)’라는 멸칭을 꺼내 들며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멍청하다’고 모욕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미쳤다’고 공격하는 등 민주당의 내분을 유쾌하게 비웃었다”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ㆍ부통령 후보로 각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J D 밴스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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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해 총 맞았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도 지난 13일 피격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의 “파이트(Fight)” 구호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내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며 “내가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나는 지난주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은 109분간 이어져 후보 수락 연설(93분) 때보다 16분 길었다. 트럼프에 앞서 연설한 밴스 상원의원은 “일주일 전 암살범이 트럼프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며 “이제 다시 선거 유세에 나선 그를 환영하는 수많은 지지자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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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긴장 풀라’며 야구 직관 제안”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거듭 과시하며 과거 김정은에게 미국 야구 경기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 여러분은 결코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김정은)에게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하곤 했다”며 “그에게 ‘긴장 좀 풀고 느긋하게 있어라. 당신은 충분히 너무 많은 핵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 경기 관람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내가 ‘긴장을 풀고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고 했다”며 “우리는 양키스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시즌 첫 홈 경기 때 와서 미시간(경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대화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 재임 시절 김정은과 세 차례 회담한 트럼프는 지난 18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그는 나를 다시 보고 싶어할 것이고 우리가 돌아오면 다시 잘 지낼 것”이라고 했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내세우며 재집권 시 북ㆍ미 정상회담이 또 열릴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해서도 “나는 시 주석과 매우 잘 지냈다”며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시 주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며칠 전에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note)를 썼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13일 피격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으로 책임 논란에 휩싸인 미 비밀경호국이 지난 2년간 트럼프 측의 경호 지원 확대 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인정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피격 사건 직후 공화당 의원들의 관련 지적에 대해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추가 (경호)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이날 기존 입장을 바꿔 "지원 확대 요청을 일부 거부했다"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피격 사건이 발생한 해당 유세는 이같은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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