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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최태원, “반도체 보조금 없으면 미국 투자 다시 생각…SK이노‧E&S 합병은 AI 전력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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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계획했던 투자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트럼프 리스크’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 열린 ‘제47회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외국기업들이 미국에서 보조금만 받아 공장을 짓기는 하겠지만, 다시 자기네 나라로 갈 것”이라고 말하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을 연일 비판했다.

중앙일보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 열린 ‘제47회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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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한국의 대미 투자금(누적)은 120조원에 이른다. 반도체·배터리처럼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 혜택을 내건 분야가 대부분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3월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566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 회장은 “상대적으로 (SK는) 미국 반도체 투자가 크지 않고 지금도 아직 완전히 다 결정된 것도 아니다”며 “내년 봄이 지나야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전체 투자금의 40~50%를 직접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은 최대 25% 세액 공제 정도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 하나 지으려면 20조원씩 드는데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알아서 혼자 하라는 상황인데 캐즘(정체)이 생기면 배터리 시장과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뭔가 (적극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지금 경제가 힘들지만 AI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AI 엔지니어가 아닌 AI 전사들, AI를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S나 오픈AI, 아마존, 구글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우리 데이터센터의 일부를 쓰게 하며 AI 인프라스트럭처(구조)를 만들 때”라며 “이게 뒤처지면 빅테크가 한국을 택하지 않고 한국은 공동화되거나 종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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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 열린 ‘제47회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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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했다. SK온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 이노베이션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기업이고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재생에너지 등이 주력이다. 자산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SK E&S보다 7배 큰 86조원 수준이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1조33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시장에선 SK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시너지는 물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 해소를 노리고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배터리 캐즘이 생겨서 원래 계획만큼 돌아가지 않는 확률이 생겼지만, 미래를 보면 배터리 성장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 두 회사가 합쳐지면 AI(를 하기)에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AI에는 엄청난 전력, 에너지가 들어가고 뭔가 솔루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느 한 회사가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두 에너지 회사가 전부 힘을 합해서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제도에 대해서는 ‘디테일(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2000년 이후 50%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할 때는 평가액의 20%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보고 할증 과세한다. 이 경우 상속세율은 60%까지 치솟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최 회장은 “현재 제도는 일률적으로 ‘얼마 상속받았으니 당장 얼마 내’라는 방식인데 여러 가지 선택지를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다”며 “5년 납부 유예해주면 경영 잘해서 5년 후에 주식의 일부를 팔아서 상속세 내겠다고 하는 게 나쁜 건지, 이게 경제 발전에 좋다면 받아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들 최인근씨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화제가 된 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버지, 아들이 만난 게 왜 뉴스가 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렇게 된 데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사람이 무엇을 상상하나 싶다”며 “(아이들과 밥 먹고 만나서 얘기하는) 그걸 이상하게 보는 상황이 생겼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제주=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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