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내수부진 그림자
가전·잡화 소비 10% 넘게 줄어
식품매출만 유지 ‘불황형 소비’
소비지갑 닫아 외식업 직격탄
정부, 수출호조 이어지며
올 성장률 2.2→2.6% 올렸지만
내수 부진에 2분기 -0.1% 우려
가전·잡화 소비 10% 넘게 줄어
식품매출만 유지 ‘불황형 소비’
소비지갑 닫아 외식업 직격탄
정부, 수출호조 이어지며
올 성장률 2.2→2.6% 올렸지만
내수 부진에 2분기 -0.1% 우려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권에 빈 점포가 많이 보이고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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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은 물론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액과 구매건수는 지난 4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요가 꾸준한 식품 매출만 유지되고 잡화·패션 판매는 급감하면서 2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식품 매출이 늘어난 것은 고물가에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식료품 매출이 유지되고 다른 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불황형 소비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급 소비재 판매 창구인 백화점 냉기는 더 심하다. 백화점 점포당 매출은 지난 4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식료품 코너를 늘리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패션과 잡화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식료품은 이익률이 낮아 코너를 늘리면 손해지만 매출 유지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매일경제가 신용카드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 소비 지표는 ‘깜짝 성장’을 일궜던 1분기부터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25일 발표될 2분기 성장률은 소비 둔화 직격탄을 맞고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신용카드 지급결제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카드 이용건수(44억8065만건)는 전 분기 대비 4.1% 줄었다. 카드 이용금액 역시 254조8000억원으로 2.7% 감소했다. 2020년 팬데믹 충격이 커졌던 2020년 193조원으로 줄었던 신용카드 이용액은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돼 2022년 238조원, 지난해 253조7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올 들어 꺾이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소비 둔화 흐름은 유통업계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5월 구매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 1인당 구매단가는 2.1% 줄었다. 가전·문화 매출액은 19.1%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스포츠(-14.2%), 잡화(-12.9%)도 두자릿수로 매출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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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먹거리를 제외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각종 소비재 매출은 바닥을 기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3344억원으로 전년동기(3338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섬도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좋지 않은 성과를 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7% 줄어든 3399억원,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68억원으로 시장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스포츠 의류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부분 기존에 입던 옷을 다시 꺼내 입지 새 옷은 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반기 블랙야크와 컬럼비아, K2는 매출액이 각각 1309억원, 496억원, 1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10.5%, 9.7%씩 감소해 부진했다.
외식업계 역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직격탄을 맞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87.34로 100을 밑돌았다.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수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업체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수출은 개선되는데 내수는 가라앉으며 기업간 양극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수출 제조업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99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기업 BSI는 90대 중반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며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GDP 증가율을 연초 2.2%에서 2.6%로 높였다. 한은 전망치(2.5%)보다도 높다. 수출 경기가 반등하며 경상수지 전망이 500억달러에서 630억달러로 높아졌고, 수출 증가율은 8.5%에서 9%로 오른 영향이 직접적이다.
문제는 내수다. 수출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올해 민간소비(1.8%)와 건설투자(-1.2%) 증가율은 변화가 없고, 설비투자 전망은 3%에서 2%로 거꾸로 꺾였다. 특히 건설투자는 내년까지 -1.2% 감소해 냉탕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전 산업생산(-0.7%)과 소매판매(-0.2%), 설비투자(-4.1%)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에 동반 감소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유가와 환율, 농산물 가격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등락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안정 추세로 가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너무 뒤로 밀리면 경기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반기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어지는 고금리 상황이 고물가 충격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수출 회복세는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설비투자를 0.7%포인트 각각 늘릴 것으로 추산됐지만 현행 고금리가 이어지면 올해 소비는 0.4%포인트, 설비투자를 1.4%포인트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고금리 충격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잔액은 1043조원인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 뛰어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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